[일본 반도체 ‘라이징 선’] ‘어게인 1980년대’, 중국 맞서 재기 노리는 일본

입력 2023-07-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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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7-16 19: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1980년대 세계 시장 80% 점유율 자랑
미국 규제 철퇴·한국과의 경쟁서 밀리면서 쇠락
과거 반도체 갈등 빚던 미국과 맞손
네덜란드와 반도체 협력 양해 각서
정부 펀드, 핵심 소재 기업 JSR 인수

일본이 ‘반도체 왕국’의 재기를 꿈꾸고 있다. 과거 자국 반도체 산업에 제동을 걸었던 미국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면서, 대중국 반도체 견제 노선에 합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NEC,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등 5개 주요 반도체 회사를 등에 업고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다. 한때 일본 기업의 총 점유율은 80%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행정부가 일본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 반도체는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조사와 수입 규제의 철퇴를 맞았고, 이후 한국과 대만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10%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무너진 반도체 산업의 재건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정하고 잇따라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지원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과거 반도체 분야에서 갈등을 빚었던 미국과도 다시 손을 잡았다. 미국과 일본은 5월 중국의 경제 안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공동 로드맵을 짜기로 했다. 또한 일본 라피더스는 IBM의 기술을 이전받아 2027년 2나노미터(㎚·1㎚은 10억 분의 1m) 반도체 대량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11월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대기업 8곳의 출자를 받아 설립된 회사로, 일본 경제산업성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첨단 반도체만 집중 양산하기로 했다.

또한 일본은 미국 주도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동참한 네덜란드와도 협력한다. 일본은 지난달 21일 네덜란드와 반도체 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세계 최대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라피더스의 제휴가 주목적이다. 아울러 양국 정부는 연구기관의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협력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면서 강화됐다.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에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네덜란드는 이에 반도체 장비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일본 역시 이번 달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포함한 23개 품목을 수출 규제 대상에 추가했다. 섬세한 회로 패턴을 기판에 기록하는 노광장치, 세정·검사에 사용하는 장치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부흥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핵심 반도체 소재 분야를 정부가 직접 육성하고 전략 물자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 정부가 만든 산업혁신투자기구(JIC)가 최근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재) 부문 세계 1위 기업인 JSR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JIC는 9000억 엔(약 8조1793억 원) 이상을 투자해 일본 증시에 상장된 JSR 주식 100%를 공개 매수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반도체 소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JSR를 비상장사로 전환하고, 적극적인 투자가 쉬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반도체 산업 투자 유치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미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 공장과 연구소를 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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