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랜드·미쓰비시상사 등 올해 첫 합류
해외 투자자 주도…초대형주 중심 자금 몰려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쿄증시에서 시총 10조 엔을 넘어선 기업이 이달 초 사상 최다인 총 12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5개사에서 약 반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도쿄 디즈니 리조트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 신에츠화학공업, 미쓰비시상사 등이 올해 처음으로 시총 10조 엔 고지를 넘어섰다.
증시가 거품경제 시대인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에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시총이 급증했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현재 3만2000선을 웃돌고 있다. 이달 초에는 심리적 고비인 3만3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유지, 기록적인 엔저(엔화가치 약세), 주주 환원 정책 강화 등에 더불어 ‘버핏 효과’까지 가세하면서 외국인들의 자금을 끌어들인 덕분이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기업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면서 재평가가 이뤄졌다.
다만 이러한 호재가 모든 일본 기업에 해당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안정적인 이익 증가와 주주 환원을 기대할 수 있는 대기업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에셋매니지먼트원의 시미즈 타케시 조사 그룹장은 3월 이후 일본의 주가 상승에 대해 “해외 투자자가 주도해 초대형주를 중심으로 자금이 쏠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외 투자자들은 2분기 6조1000억 엔 규모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주요 투자처는 대형주였다. 반면 시총 1000억 엔 미만인 기업의 수는 3200여 개로 3월 말부터 거의 변화가 없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빅테크주에 자금이 몰리면서 S&P500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총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나스닥은 나스닥 100지수 종목 중 애플 등 대형 6개사의 비중이 50%를 넘어서자, 지수 내 빅테크 가중치를 재분배하는 ‘특별 리밸런싱’을 24일 단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