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미완의 명제 ‘보험소비자 보호’

입력 2023-07-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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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두 개 법안에 보험업계는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나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고 또 다른 법안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7월 초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의결한 것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개정된 것은 2016년 이 법이 제정된 후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처음 만든 법안이 허술해 이번에 개정하고자 하는 법안을 보니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사전 대응을 강화하고, 적발 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2009년 이후 14년째 국회에서 공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 역시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후 7월 중순 국회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의결돼 국회 법사위원회로 넘어갔다.

‘실손보험 보장’·‘보험사기 방지’ 장치 미흡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국민의 사회 안전망 구실을 하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부담한 의료비(급여 본인부담금+비급여)의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보험상품으로 2022년말 현재 3997만 명의 가입자를 둔 민간 보험상품이다.

보험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 예를 들면 여러 질병과 상해 및 재해사고, 경제적 대책 없이 오래 살아야 하는 노후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소액의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나의 위험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 가입 중에 발생한 각종 위험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을 때 믿었던 보험이나 보험사로부터 관련 보험금을 부당하게 받지 못하거나 과소하게 받는 경우 보험이 나의 안전판과 미래에 대한 구제책 역할을 충분히 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많은 보험소비자가 의문을 제기한다. 필자 역시 과거 한국소비자원에서 수없이 경험한 사례다.

최근 10년간(2014∼2023년 6월) 금감원의 보험사 제재내용을 조사해본 결과 이 기간에 보험소비자에게 보험금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거나 과소하게 지급해 제재받은 보험사가 총 27곳이고 이들 보험사가 2001∼2020년까지 보험소비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덜 준 보험금이 총 1700억 원에 이른다는 언론 기사도 있다.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제재 절차를 시작하면 그동안 보험소비자들에게 주지 않은 보험금과 약간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는데, 그 이유가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금융감독당국에 적발되더라도 보험소비자에게는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과 약간의 지연 이자를 주고 금융감독당국에는 소액의 과징금만 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관련 당사자인 의료계는 여전히 반발이 심하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역시 보험사기의 당사자에 해당하는 보험회사의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부나 축소지급 등과 같은 사기행위는 언급조차 없고 소액의 과징금으로 해결하라고 한다.

여전히 위 두 가지 법안에 대한 갈 길은 험난하고 요원해 보인다. 보험소비자 보호라는 명제는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가입자 경제적 어려움 헤아리는 보험 돼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을 통해 법을 지키지 않는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그에 맞는 처벌을 강화해 전체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지키는 일은 소중한 일이다.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해 소액이라도 보험금을 받고 보험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법안의 개정 역시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 보험이 보험소비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잘 헤아려주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보험이고 올바른 보험사와 금감원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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