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정착은 됐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정부가 2012년 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위해 편의점 등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횄다. 하지만 최초 지정된 13개 품목에서 변동 없이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2018년 8월 이후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안전상비약 제도를 국민,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교수는 “복지부가 제도에 대해 중간 평가도, 모니터링도 해야 하지만 완전히 내팽겨쳤다”고 지적하고 “어떠한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지 제대로 된 조사를 해봐야 한다. 안전성이 확보된 안전상비약에 대해서는 품목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단체가 제시하는 의약품에 대한 부작용과 위험성 우려와 관련 이 교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지 않나. 의사만 가능한 게 아니다”라며 “검증된 약에 대해서는 국민이 자기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복약지도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QR코드나 검색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올해 3월 국회 본회의에서 공공심야약국의 지정 및 예산 지원에 관한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공심야약국은 약을 찾기 어려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하는 약국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공공심야약국에 대해 이 교수는 “공공심야약국은 안전상비약 판매를 대체할 수 없다. 운영 약국 수도 부족하고, 시간도 제한이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20개의 안전상비약까지 지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당시 20개로 선정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과학적 근거 기반 정책이 아닌 대표적인 사례”라며 “소비자, 국민 입장에서 무슨 약이 있어야 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안전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다양하게 품목을 늘린다면, 국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올바른 안전상비약 사용과 관련 정부의 ‘헬스 리터러시 교육’ 강화를 대한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국민 100명 중 45명 정도만 올바른 약 사용에 대해 알고 있다”며 “약과 관련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기 건강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편의점에서 안전하게 의약품을 취급·판매하도록 하기 위해 대한약사회가 판매자 교육기관으로 지정돼 편의점 점주들에게 집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회성 교육에 그치고, 점주 외에는 교육대상이 아니다.
이 교수는 “약사단체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지만, 교육 담당이 대한약사회다. 제대로 교육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또, 점주를 제외한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교육도 있어야 한다.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 모두 안전하게 안전상비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주요 이유로 이 교수는 의약품 접근성이 더욱 낮은 지역사회를 꼽았다. 인구 고령화가 지속하는 상황이지만 약국은 커녕 편의점도 없어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도시와 농어촌은 다르다. 파스 하나 구할 수 없다”며 “안전상비약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물상 형태로 찾아가는 서비스도 고려해야 한다.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