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복약지도 없이 약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공공심야약국을 늘리는 것이 건강 증진에 훨씬 도움될 것입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대해 본지와 만난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16일 밝혔다. 2012년 정부는 야간이나 휴일에 겪었던 의약품 구입 불편 문제를 해결하고자 안전상비약 제도를 도입했다.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3품목으로 현재까지 품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는 의약품인 만큼 ‘안전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 이사는 반대 이유로 현재 안전상비약 제도는 규칙 위반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단속이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민 이사는 “주말이나 야간 등 시간대에 판매되는 것보다 주중 이용 빈도가 높아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민 이사는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등에서만 판매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곳에서도 안전상비약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최소한으로만 안전상비약 판매를 허용했으나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상비약은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는 약이다. 하지만, 약사사회에서는 안전상비약이라도 오남용할 경우 병을 키울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상비약 판매보다는 대단으로 공공심야약국 확대가 국민 건강에 훨씬 도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 이사는 “약국에서의 복약상담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 의약품인 만큼 국민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공공심야약국은 2022년 7월부터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 지원으로 시범운영이 시작됐다. 올해 3월 공공심야약국 법제화를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전국 18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민 이사는 “다만, 아직 홍보가 미비한 편”이라며 “소비자가 어느 약국이 공공심야약국인지 알리기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만큼 보다 강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심야약국 활성화가 응급실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민 이사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 베드를 차지하면서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뺑뺑이’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심야약국 이용자가 늘면 응급실 가는 환자 수도 감소시킬 수 있다. 보건의료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했으면 한다”고 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과 관련한 정부와의 논의는 2018년 이후 중단돼 있다. 때문에 2012년 지정된 13개 품목에서 단 한 건도 바뀌지 않았다. 시민단체에서는 지사제와 제산제 등 품목 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 이사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연 500건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며 “안전상비약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오남용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상비약 품목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응급한 상황에 필요한지,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편의점에서 파는 안전상비약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비싸다. 단순히 밥그릇 지키는 용도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단순히 소비자의 편리성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당장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편의점에서 약을 사는 것이) 생활습관이 된다면 지속적으로 볼 때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될지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