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변호사 광고규정 어겼다”
로톡 가입 123명 징계위 상정
법무부, 20일 결론…귀추 주목
‘법적 분쟁’ 장기화 변수 많아
사업 접은 ‘타다사태’ 재연 우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 받은 변호사들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로톡과 대한변협 간 8년 넘게 이어진 갈등이 봉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20일 오후 3시 징계위원회를 열고 대한변협에서 징계 처분을 서면 통보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을 일괄 심의할 예정이다.
대한변협은 2021년 5월 로톡 등 법률 플랫폼 이용을 막기 위해 서비스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방향으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이후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11월과 12월, 올해 1~2월에 걸쳐 5개월 동안 총 123명에 달하는 변호사들에게 견책과 과태료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전원 이의를 신청했다. 법무부가 이의신청 접수 3개월 안에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당초 올 3월엔 열려야 했으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3개월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를 들어 6월로 연기한 데 이어 또 한 차례 미뤄져 7월 열리게 됐다.
대한변협 징계처분 자체가 다섯 차례에 나뉘어 있어 이의신청 접수 순서대로 심사하는 전례를 감안해 순차적으로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괄 상정으로 법무부는 징계심의 시간 단축을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하자, 법무부가 리걸테크(법률 서비스와 정보기술의 결합) 산업에서 장기간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로톡 사태 해결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2015년 3월부터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2015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 여섯 번이나 고소‧고발됐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로앤컴퍼니 측과 변호사단체 양자는 이 문제를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까지 끌고 가 ‘일부 위헌’ 결정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2월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제한한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탈퇴종용 행위가 위법이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일 열릴 징계위에는 변호사들의 특별 변호인으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때 대검찰청 차장 검사를 지낸 강남일(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이정석(연수원 22기)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가 참석한다.
로톡 측 변론을 맡은 강남일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에 관한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징계위원들을 최대한 설득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법무부는 이달 징계 취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추가 심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당일 징계 발표까지 있을 수 있지만, 이의신청 수용 등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다음 기일로 속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 징계위에서 변호사 이의신청을 인용하면 대한변협의 별도 불복 절차 없이 확정된다. 그러나 대한변협이 헌재 위헌 결정에도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를 이어간 사례에서 보듯 아직 처분 통지를 하지 않은 변호사들에 남은 징계 절차를 이어갈 수 있다. 기각될 경우에는 해당 변호사들이 법무부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으로 가게 되면서 사태는 장기화하게 된다.
로톡을 보면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과 기존 단체 간 갈등이란 점에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은 ‘타다’와 많이 닮았다. 타다 경영진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지만 사업은 재개할 수 없게 됐다.
로톡 역시 2020년 11월 약 40만 건의 1심 형사 판결문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한 ‘통계 정보’를 보여주는 ‘형량 예측 서비스’를 출시해 무료 제공했으나 대한변협이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하고 법률 플랫폼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2021년 9월까지 운영하고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이혁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 전 분야의 디지털화(DX)가 진행되는 큰 흐름에서 종래 제도와의 충돌과 갈등 장기화는 혁신 기업들의 경영위기는 물론 혁신의 성장동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타다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