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네 종류의 삶과 죽음

입력 2023-07-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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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남 행복한죽음웰다잉연구소 소장

직업윤리에 있어 삶과 죽음은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 자신도 살고, 타인도 사는 삶. 둘째 자신은 살고, 타인은 죽는 삶. 셋째 자신은 죽고, 타인도 죽는 삶. 넷째 자신은 죽고, 타인은 사는 삶.

가장 이상적인 삶과 죽음은 첫 번째다. 가장 이기적인 삶과 죽음은 두 번째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그랬고, 대구 지하철 사고의 운전사가 그랬다. 직업인으로서 타인의 목숨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의 목숨만을 바랐다. 중국 전국시대(東周時代)의 학자 양주(楊朱)는 살아야 할 때 죽는 것은 천벌이요, 죽어야 할 때 사는 것도 천벌이라고 했다. 가장 비극적인 삶과 죽음은 세 번째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탄테러와 같이 모두가 죽는 죽음이다.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먹먹한 것은 네 번째 삶과 죽음이다. 많은 이들을 살리지만, 본인은 희생하여 죽었다. 예수가 대표적이다.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다.

지난 6월 16일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 흉부외과 의사 주석중 교수가 안타까운 사고로 삶을 마감했다. 심장혈관 분야의 권위자였다. 병원 10분 거리에 거주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응급환자의 수술을 담당해 왔을 만큼 참된 의사였다.당일 오전까지도 아내에게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어 기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자전거를 타고 병원으로 가던 도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했고, 애석해했다. 장례식장에는 주석중 교수의 손길로 살아난 환자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추모를 이어갔다. 사람은 대체로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의사로 살아온 주석중 교수는 마지막까지도 의사의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왜 의인(義人)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묻는다. 인간은 삶과 죽음에 대한 신의 섭리를 결코 알 수 없다. 태어나는데 이유가 없고, 죽음에도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저 온 길도 모르고 가는 길도 모르는, 길 위에 서 있는 존재이다. 그러면 이 삶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 따져 묻는다. 그러나 죽음을 공부하면 할수록, 생명의 종말이 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은 생을 뚫고 나와 다시 씨앗을 뿌려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았던 한 딸은 그녀가 낳았던 일곱 자녀와 그들의 배우자, 손주, 증손주까지 50여 명이 넘는 식구들이 모인 것을 보고 문득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신의 삶이 포도나무처럼 가지를 뻗어,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에 생명의 신비를 느꼈다. 자글자글하게 말라비틀어진 작은 체구의 엄마가 거목(巨木)처럼 보였다 했다.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죽음이 있는 자리엔 삶이 있고, 삶이 있는 자리는 반드시 꽃을 피운다. 꽃은 다시 수많은 씨앗을 뿌릴 것이다.씨앗은 생명이 되어, 또 이어질 것이다. 멈출 뻔했던 수백 개의 심장이 주석중 교수의 손으로 다시금 뛰었다. 그리고 그의 심장은 멈췄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다시 수백 명의 목숨을 살렸을 텐데, 아쉬워하지 말자. 삶과 죽음을 효용성으로 평가하지 말자. 역사 속의 수많은 학살이 효용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다만 끝까지 환자를 살리려 했던 그의 삶과 헌신, 그리고 그로 인해 살아난 수백 명의 생명을 바라보자. 의사로 살다가 의사의 모습으로 떠난 그를 기억하자. 시간이 아까워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워 서랍 한 구석에 가득했던, 라면 스프가 담긴 그의 책상을 기억하자. 죽음에만 머물지 말고, 죽음 너머로 이어지는 그의 삶을 애도하고 추모하자. 그는 참 의사였다.

강원남 행복한죽음웰다잉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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