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야는 ‘野(들 야)’ 자를 쓴다. 정권을 잡지 않은 정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투쟁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름에 충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몇 개월 전부터 당은 전국 수산업 현장을 찾아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듣고, 매일 내놓는 논평에는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가 나온 직후인 6일엔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17시간 철야 농성을 했다.
국내 과학자들이 나서서, 권위 있는 국제기구에서 보고서를 내놓은 상황에서도 ‘국민 불안’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지금 국내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과학’은 사라지고 ‘주장’만 난무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야당이면서 동시에 168석을 가진 거대 정당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건수를 잡고 정책과 입법 드라이브는 정부·여당 몫이라고, 견제와 투쟁이 본연의 역할이라고 하기엔 168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의 생계와 연관된 양곡법과 간호사들의 고된 현장을 보완할 간호법 등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응급 환자들이 길에서 목숨을 잃는 일을 줄이기 위한 공공의대 논의도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경제는 더 암울하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세수가 역대 최대 결손 기록인 2014년보다 더 많은 약 41조 원가량 부족할 전망이지만, 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대신 올해 예산을 계획대로 쓰지 않고 남기는 불용으로 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폭우 시기가 시작되면서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불안한 것은 민생이다. 전례 없는 정치 환경에 놓인 만큼 민생에 당력을 쏟아 거대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면 어떨까. 오염수 방류 저지 투쟁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