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더 큰 배꼽’ 건설사 고분양가에 옵션 장사까지…수요자 부담↑

입력 2023-07-0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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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분양단지 옵션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모든 옵션을 선택하면 분양가의 10% 수준의 금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해 수억 원 규모 분양가의 앞자리가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공사비 급등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건설사가 옵션 장사까지 나서자 실수요자들의 불만 역시 커지고 있다.

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 예정이거나 분양을 완료한 단지 10곳의 분양가 대비 평균 옵션 비용 비중은 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분양 평형 중 전용면적 84㎡형 기준으로 제일 비싼 평형을 선택해 분석했다. 옵션 비용은 최고급 옵션을 모두 선택(빌트인가전 포함)했을 때로 통일해 계산했다.

분양가 대비 옵션 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곳은 분양가격이 낮은 단지에 집중됐다. 옵션 비중이 10%를 초과하는 단지는 경기 평택시 ‘평택 브레인시티 2블록 대광로제비앙 모아엘가’(11.7%)와 ‘지제역 반도체밸리 제일풍경채 2블록’(13.4%), 파주시 ‘운정자이 시그니처’(17.4%) 등으로 조사됐다.

운정자이 시그니처는 모든 옵션을 선택하면 전용 84A㎡형 기준 9394만 원으로 조사됐다. 주방 가전을 모두 제외하더라도 약 8100만 원 수준으로 높았다. 5억 원 초반 분양가(5억3980만 원)가 6억3374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또 평택 대광로제비앙 모아엘가 전용 84B㎡형은 옵션에 ‘태양열 차단필름’(297만 원)과 ‘방진‧발수 방충망’(200만 원) 등 찾아보기 힘든 옵션을 포함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옵션 비용 비중이 분양가 대비 적은 곳은 분양가격이 애초부터 비싼 단지였다. 옵션 비중이 가장 적은 곳은 경기 군포시에 짓는 ‘인덕원 퍼스비엘’(전용 84A㎡형)로, 모든 옵션 적용 시 발코니 확장비 2300만 원을 포함해 총 5177만 원이었다. 해당 평형 분양가는 10억7900만 원으로 옵션 비용 비중은 4.8%였다.

이 밖에 서울에 들어서는 ‘DMC 가재울 아이파크’는 발코니 확장 비용 1750만 원만 공지하고, 다른 옵션 비용은 ‘추후 분양계약자 대상으로 별도 안내한다’고 밝혀 정확한 옵션 비용 파악이 어려웠다.

이렇듯 옵션 비용이 껑충 뛴 것은 건설사나 재건축조합이 급증한 공비를 보전하기 위해 옵션 종류를 확대하고, 값을 올려받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옵션 비용을 통해 수익을 만회하고 있다”며 “인건비 상승이나 건축 자재비용 급등 상황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의 일방적인 비용 전가는 수요자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 발코니 확장비는 예전에는 다 공짜로 지원해주던 건데 어느 순간부터 비용을 받기 시작했다”며 “확장을 안 하면 아예 다른 집이고, 다른 옵션도 못 넣게 하는 것부터 불합리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건설사가 예비청약자의 분양가 ‘착시효과’를 노린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보통 수요자는 단지 분양가격과 주변 아파트 시세를 비교해 차익을 계산한다. 이때 기본 분양가를 비싸게 책정하면 고분양가 논란이 일어 청약 경쟁률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건설사들이 자동차 구매 때처럼 옵션을 대거 집어넣어 전체 분양가를 올려 받는다”며 “건설비용 보전을 위해 고가의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분양가 규제를 안 받는 비아파트 상품을 아파트 시공 때 함께 짓고 분양하는 방식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적어도 중간 이상은 선택해야 살 만한 집이 되고, 입주자는 수억 원짜리 집을 사들이면서 낮은 옵션을 선택할 수 없는 만큼 건설사의 옵션 장사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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