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간 주도 돌봄으로 정부 서비스 사각지대 보완 [가족이 행복한 보육제도]

입력 2023-06-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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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역에 패밀리센터 400여 곳 운영…이민자 가족 지역사회 적응도 지원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8일(독일 현지시간) 베를린시 아드알베르트 스트라쎄 패밀리세터를 찾은 부모들과 대화하고 있다.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8일(독일 현지시간) 베를린시 아드알베르트 스트라쎄 패밀리세터를 찾은 부모들과 대화하고 있다.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아이들은 실외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며 놀고, 엄마들은 놀이터 옆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건물 안 빈 공간에선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눈다.

독일 베를린시에 소재한 아드알베르트 스트라쎄 패밀리세터에서 흔한 풍경이다. 민간 비영리기관인 아드알베르트 패밀리센터는 지역 복지법인 후원으로 운영되는 주정부 위탁 민간기관이다. 독일 전역에 이런 패밀리센터는 400여 곳이다. 주된 목적은 취약 임산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교육·상담을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 간 네트워크 형성을 돕는 것이다.

독일 패밀리센터는 한국에서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 다문화센터(지방자치단체), 문화센터(민간시설), 다함께돌봄센터(지방자치단체), 아동권리보장원(공공기관) 기능을 한곳에 모아놓은 형태다. 독일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종교단체, 노동단체 등 민간단체들은 보충성 원리에 따라 연방·주정부 제공 사회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체계적·효과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아드알베르트 센터는 베를린시 패밀리센터 중 가장 크다. 제공 프로그램은 75가지, 주평균 방문자는 1500명이다. 주된 이용자는 임신부와 미혼모, 이주민이다. 굳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아도 센터 방문에 제약이 없다. 안야 마이 센터장은 “좁은 집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며 “여기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그냥 놀다가 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육아 스트레스를 홀로 해결하지 못하는 미혼모 등은 우선 센터에 와서 시간을 보내며 1대 1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엄마들끼리 만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베를린시 아드알베르트 스트라쎄 패밀리세터의 의류창고. 센터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옷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독일 베를린시 아드알베르트 스트라쎄 패밀리세터의 의류창고. 센터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옷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특히 독일은 이민자 증가에 대응해 센터에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독일어도 가르친다. 지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함이다. 이민자와 그 자녀는 전체 독일 인구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민간단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아드알베르트 센터는 연간 1만1000시간 프로그램 제공을 대가로 베를린시에서 24만 유로를 지원받는다. 일부 프로그램에는 추가 지원도 있다. 40여 개 프로그램에는 본인부담이 있는데, 그 금액은 1~3유로 수준이다. 시는 매년 단체의 사업을 평가해 계약을 갱신한다. 재정지원 여부를 판단하기보단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베를린시 가족지원 담당자는 “올해는 웰컴 프로그램(출산지원)을 자세히 보고 있다”며 “시설 이용자들의 애로사항 등을 파악해 참여율을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패밀리센터는 출산율, 아동학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마이 센터장은 “대도시에는 뿌리 없는 사람이 많다.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여기에선 부모들이 행복해하는 게 보인다. 육아가 쉬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의 문제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고, 엄마가 행복해지면 스트레스로 인한 아동학대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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