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재발 막으려면

입력 2023-06-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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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아살해 등 아동학대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아살해 등 아동학대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또 신고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을 추진한다. 모든 아동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한단 취지다.

다만, ‘제도 밖’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가 출생통보제, 보호출산제 도입으로 끝나선 안 된다. 근본적으론 취약계층의 교육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임신·출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산모의 상당수는 미성년자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다. 애초에 정상적인 출산·양육이 어려운 상황에서 임신·출산을 하게 되는 게 문제의 출발이다. 특히 피임, 인공임신중절 등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원치 않는 임신·출산을 하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새로 도입될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절실히 필요한 건 교육이다. 여전히 교육현장에선 성교육을 꺼리는 분위기다. ‘학생들에게 성관계를 조장한다’는 일부 학부모의 반발에 학교가 성교육을 포기하는 사례도 숱하다. 성교육이 언제부터 성관계를 조장하는 교육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은 그렇다.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피해자는 취약계층이 된다.

공교육에서 배제된 성교육은 가정교육, 사교육의 영역이 된다. 그런데 학교 밖 교육의 질은 부모의 경제적·시간적 여유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여유가 있다면 가정교육, 사교육을 통해 다양한 지식·정보를 얻는다. 여기에는 성교육도 포함될 것이다. 이렇게 얻은 지식·정보는 미성년기 성관계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거나, 피임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반면, ‘학교 밖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면, 잘못된 혹은 미숙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미성년기 성관계에 왜 주의해야 하는지, 피임이 왜 필요한지, 미성년기 임신·출산·양육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미성년기에 임신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모르는 채 말이다. 특히 충분한 설명 없이 행동을 통제·억압받는다면 반발심에 판단력이 더 흐려질 수 있다.

제도 밖 출산을 막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제도 밖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임신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지식·정보가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 밖에 사각지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되는 사회문제는 없다. 이번도 그렇다. 당장은 위기아동을 찾는 데 집중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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