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출제 난도나 범위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반대한다는 국회 청원이 제기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에서도 해당 청원에 동의해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게시자는 ‘이벤트’라며 청원글 동의 인원이 누적 1만 명씩 올라갈 때마다 시중에 공개되지 않은 유명 학원 강사의 자료를 공유하겠다며 청원 동의를 위한 ‘여론몰이’도 하는 상황이다.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시스템에 따르면 21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정부의 개입 반대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공개됐다. 이 글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4427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청원글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났을 것이다’라는 추측만으로 평가원의 출제 기조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한 간섭”이라며 “현재처럼 어떻게 출제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교육비 지출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1일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에서는 이 같은 청원 링크가 공유되며 “온갖 커뮤니티에 공유해 달라”, “우리는 힘을 모아야 한다”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해당 청원글 링크는 모의고사 등 입시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불법 금전거래까지도 이어지는 SNS 텔레그램 ‘핑프방’에도 공유됐다.
‘핑프방’은 수능 및 고등학교 내신과 관련된 인터넷 강의, 시험지 등 수험 자료를 공유하는 텔레그램방이다.
링크가 채팅방에 공유되면서 ‘이벤트’라는 말머리로 “청원글 동의 인원이 누적 1만 명씩 올라갈 때마다 (채팅방) 관리자가 올해 비공공재 자료 올려드리겠다”는 글이 등장했다.
청원 동의를 모으기 위해 시중에 공개되지 않은 유명학원 강사의 문제집 자료를 배포하겠다는 여론몰이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근 ‘킬러문항’ 배제 논란으로 불거진 불안한 수험생 심리를 청원 동의에 악용한 사례라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그런 식으로 한다면 말 그대로 여론몰이”라면서도 “많은 수험생들이 그 (청원글)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며 “수험생들이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을 텐데 코앞에서 제도가 바뀌게 되면 다시 적응하는 데 힘들어 불안한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라며 “킬러문항을 없애는 건 누구나 다 공감을 하지만 관행이라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방안을 모색해 보고하라고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