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법안 도입 재점화 속 넷플릭스, 한미동맹·韓 25억달러 투자 부각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K콘텐츠 산업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 원) 투자를 약속한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20일 방한한다. 서랜도스 CEO가 국내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망사용료 등 국내에서 콘텐츠 분배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 미디어콘텐츠업계가 넷플릭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달갑지 않은 눈치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 지식재산권(IP)를 잠식하고 제작비 증가 및 양극화 심화 등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콘텐츠 제작사는 제작비를 충당할 자금이나 외부 조달 역량이 부족해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사와 계약시 IP를 확보하기 못해 흥행에 따른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 IP를 확보해 1조 원의 수익을 거두는 동안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는 250억 원의 수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여기에 투자 여력이 충분한 글로벌 OTT만 대형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콘텐츠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지속해서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망사용료나 IP 확보 등 콘텐츠 생태계가 선순환 될 수 있는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3조3000억원이 독이 될 수 있다”며 “오히려 한국 콘텐츠 시장의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장기적으로 하청 종속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서랜도스의 한국행은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산업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망 이용대가 분쟁 논란을 잠재우려는 행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 망이용대가 법안 도입 논의가 재점화된 상황에서 망 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서랜도스 CEO가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간담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정부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콘텐츠 업계를 살리기 50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선 투자 보다 중요한 것은 균등한 배분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트래픽 규모가 가장 큰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특혜를 받는 반면 적자를 겪고 있는 국내 사업자들이 그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것보다도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선순환 될 수 있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