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한전 공공기관 평가 B→D등급 급락…공운위는 뭐했나 [정책에세이]

입력 2023-06-17 06:00 수정 2023-06-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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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달 12일 나주 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경영진과 직원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공사)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달 12일 나주 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경영진과 직원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공사)
이달 15일 평소 친분이 있는 공공기관 홍보실 직원과 기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할 예정인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먼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아쉽게도 기재부는 출입기자들에게도 발표(오전 11시)에 근접해서 자료를 배포한다. 이런 사실을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공공기관 직원이 궁금한 것은 자기 기관이 올해 C등급 이상을 받아서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가였을 것이고 기관장은 올해 기관장 평가 결과가 궁금했을 터다. 결과는 16일 오전 11시 발표됐다. 예상대로 에너지공기업이 된서리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재무성과 지표 비중을 확대했을 때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대표적으로 한국전력공사의 사례를 보자. 한전은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가 나오기 전인 올해 초부터 전기요금 인상을 하려면 자구노력을 하라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강요에 25조7000억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정승일 사장은 사의를 표명하는 최악의 경험을 했다. 현재 한전은 5월 19일부터 사장도 없는 직무대행체제다.

근데 생각해보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지난해도 지지난해도 있었다. 올해 D등급을 받은 한전은 지난해 C등급을 받았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장 경질까지 경험한 올해 한전을 보면 성과급 지급 기준인 C등급은 높은 점수로 생각된다.

기재부는 작년 평가에서 한전에 대한 추가 조치로 최근 한전의 재무상황 악화에 따른 강도 높은 자구노력 필요성을 감안해 한국전력 및 9개 자회사의 경우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을 자율 반납토록 권고했다. 작년 1분기 한전은 7조8000억 원 적자였다. 2021년에는 5조9000억 원 적자였지만 2020년에는 4조1000억 원 흑자였다. 자 그러면 2020년 한전의 성적은 어땠을까. 놀라지 마시라! 무려 B등급이다. 하긴 당연하다. 당시만 해도 흑자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전의 재무상황이 최근 급격히 악화된 것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정부가 왜인지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난 실적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기재부도 거의 매년 경영평가제도를 바꾸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회적 가치 비중이 높았고 현 정부에서는 재무성과 지표에 점수를 많이 주는 식이다.

앞으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한전과 같은 사례가 나오면 안 된다. 매년 평가를 했는데 한전이 B→C→D로 한단계씩 떨어질 떄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뭐를 했나. 37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기업 평가단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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