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하이볼 신제품, 수제맥주 전철 밟을까 우려
영원할 것 같았던 수제맥주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이끌던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무분별한 협업 마케팅 등 과당 경쟁이 시장에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볼도 과도한 마케팅으로 자칫 수제맥주 시장처럼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한 47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억 원 늘어난 20억 원을 기록했다. 수제맥주 업체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60억 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40억 원대로 떨어졌다.
제주맥주와 함께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이끄는 세븐브로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5% 떨어진 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무려 86% 줄어든 4억 원에 그쳤다. 세븐브로이는 지난해 1분기 101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이후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곰표 밀맥주 상표권 계약 만료가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주세법 개정으로 가파르게 시장 규모를 키웠다. 매출 하락세에 접어들고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 원인으로는 과당경쟁과 협업 마케팅이 꼽힌다.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과 협업한 곰표 맥주가 히트를 치자 업체들은 앞다퉈 편의점업계 및 이종업계와 협업 마케팅에 나섰다. 당시 주류시장에는 라면, 치약, 증권사, 항공사, 껌,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업종의 브랜드를 비롯해 캐릭터까지 붙인 수제맥주가 등장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맥주의 본질은 사라졌고 맥주 굿즈만 남았다”라며 “다른 브랜드를 입힌 것 이외에 어떤 새로움, 지속성도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협업 수제맥주가 연일 쏟아지면서 수제맥주 고유의 맛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잊혀지고 피로감만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 수가 늘지 않는 시장에서 수많은 공급업체가 (상품을)과잉 공급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피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최근 경쟁이 심화한 하이볼 시장도 과당경쟁에 빠져 수제맥주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편의점 4사가 취급하는 RTD(Ready To Drink) 캔 하이볼은 30여 종에 달한다. 최근에는 대형마트까지 가세해 하이볼 상품 구색을 늘리고 있다. 이 시장에는 현재 수제맥주 업체를 비롯해 보해양조 등 전통주 업체, 현대약품 등 건강음료업체까지 뛰어들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하이볼 제품이 시장에 많이 깔리고 있는데 주류 트렌드는 계속 변한다”라면서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