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갑질(거래상 지위 남용)'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부품업체인 브로드컴이 제시한 최종 동의의결안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추후 브로드컴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위는 7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의 거래상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구매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및 기술지원 중단 등을 내세워 2021년 1월 1일~2023년 12월 31일 스마트기기 부품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LT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억6000만 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 금액이 7억6000만 달러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 배상해야 했다.
공정위는 2019년부터 브로드컴의 해당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여 작년 1월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이후 브로드컴은 작년 7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이 소비자 피해구제 등 자진시정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신청을 받아들여 올해 1월 이 회사가 제시한 잠정 시정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최종 동의의결안 확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최종 동의의결안에 담긴 시정방안은 △불공정한 수단을 이용한 부품 공급계약 체결 강제 금지 △거래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부품 선택권 제한 금지 △반도체·IT 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중소사업자 지원(상생기금 200억 원)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 및 기술지원 확대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 결과 해당 시정방안이 최종 동의의결 인용 요건인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 요건이 충족되려면 기본적으로 거래상대방에 대한 피해보상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최종안에 담겨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그 내용·정도 등에 있어 피해보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구매 부품에 대한 품질보증 기간을 3년으로 확대 적용하고, 3년 동안 기술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2020년 3월 이전 출시된 스마트기기에 탑재된 부품에만 적용되고, 해당 부품 생산도 종료될 예정이어서 피해보상으로는 부합하지 않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한 품질보증·기술지원이 무상이 아닌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피해보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또 삼성전자의 부품 주문 및 기술지원 요청에 대해 유사한 상황의 거래상대방 수준으로 부품 공급 및 기술지원을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허언에 가깝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로드컴의 거래상대방 수준을 보면 애플이 80% 되고 삼성전자가 20%, 나머지는 1% 미만인데 유사한 상황의 거래상대방으로 비교할 수 없다"며 "위원회가 애플 수준 정도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브로드컴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용 거부도 기각 사유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종 동의의결안이 기각됨에 따라 공정위는 조속히 전원회의를 열어 브로드컴에 대한 과징금 등 제재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징금 규모는 2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잠정 시정방안으로 제시한 2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이 충분 이상의 제재 수준이라며 만약 과징금 제재 시 200억 원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