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나스닥 지수 하락 시 3배 수익 얻어
엔비디아發 반도체주 훈풍으로 수익률은 마이너스
# 직장인 유 모(30) 씨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 투자에 한창이다. 100만 원대로 시작한 투자금액은 최근 600만 원을 넘어섰지만,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그는 “반도체 업황이 좋을 것 같지 않아서 TQQQ에 투자했던 자금도 SQQQ로 옮겼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언젠가는 떨어질 거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투자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발(發) 훈풍으로 반도체주 중심의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자, 이를 고점으로 보고 하락 전망에 투자하는 분위기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반등을 이어가면서 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학개미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권에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SOXS)와 SQQQ가 포함됐다. 두 종목은 서학개미가 각각 9052만 달러, 8606만 달러씩 사들여 순매수세 2위‧3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두 종목은 모두 지수 하락 시 3배 수익을 얻는 인버스‧레버리지 ETF다. SOXS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락하면 3배 수익을 얻고, SQQQ는 나스닥100 지수가 하락하면 3배 수익을 얻는다.
이 같은 순매수세는 SQXS과 반대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SHS ETF’(SOXL)이 순매수세 2위를 차지하던 한 달 전과 완전히 대조된 상황이다. SOXL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상승하면 3배 수익을 얻는다. SQQQ는 한 달 전에도 순매수세 4위로 상위권이었지만, 현재 순매수 규모가 이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올해 서학개미는 관련 종목의 하락에 베팅해왔다. 심지어 지난달 말 엔비디아가 1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반도체주가 훈풍을 입자, 인버스 투자에 투자 심리가 더욱 몰리는 모양새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고점에 달했다고 보고 매수세가 더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기술주가 상승하면서 인버스 투자는 실패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만일 5월 초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SOXS와 SQQQ에 투자했다면 현재 수익률은 각각 –40%, -23%대다. 반면 SOXL와 나스닥100 지수가 상승하면 3배 수익을 얻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TQQQ)에 투자했다면 현재 23%, 47% 가까이 수익을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