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시장을 떠났던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경기 위축 우려와 은행 위기 여파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는 낮아지고 있지만, 긴축 완화 기대감이 확산하며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수의 심장’으로 돌아온 서학개미=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911억3465만 달러(약 119조 원)로, 지난 한 해 전체 보관금액인 766억8632만 달러(약 100조 원)를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감소 추세를 보이던 미국주식 투자 규모가 다시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지난해 1분기 694억 달러(약 91조 원)→2분기 528억 달러(약 69조 원)→3분기 515억 달러(약 67조 원)→4분기 442억 달러(약 58조 원)로 꾸준히 감소하다가 올해 1분기 577억 달러(약 73조 원)로 증가했다.
서학개미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3배 레버리지나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던 은행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그러다 보니 수익률도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 국채 불 3X ETF(상장지수펀드)’로, 2억4489만 달러(약 3217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20년 이상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해당 ETF는 최근 미 국채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연초 이후 13.95% 상승했다.
반면 순매수 2위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쇼트 QQQ ETF’(순매수액 1억9456만 달러·약 2619억 원)와 순매수 5위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1억6291만 달러·약 2136억 원)는 이 기간 각각 45.84%, 56.71% 폭락했다. 나스닥100 지수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보니 손실 폭이 더욱 컸다.
‘공포’에 베팅하는 서학개미도 늘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위기설이 불거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순매수 8위(1억395만 달러·약 1363억 원)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대형은행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미국 대형 은행 지수 3배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증권)’도 4953만 달러(약 640억 원) 사들이며 순매수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익률은 각각 -88.65%, -44.48%로 저조했다.
◇금리 인상 종료 다가온다…“성장주 확대 유효”=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은행 위기가 불붙인 상업용 부동산 우려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는 이러한 불확실성보다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유효하다고 본다. 예상보다 높았던 2월 물가, SVB 사태 등이 잠시 발목을 잡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고 금리 인상 중단이 가까워질수록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종 금리 인상 시점이 국채금리의 중장기 고점이 돼 왔다는 점, 이익 대비 큰 주가 조정을 받아왔다는 점, 달러 약세 압력이 높아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해 미국 대표 기술주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