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수 부족 사태 해소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아도 세계(歲計)잉여금과 기금 등의 가용 재원으로 세수 부족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재정부 출입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올해 '세수 펑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추경(지출 감액 또는 국고채 증액) 편성 추진 가능성에 대해 "현재 추경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간 추 부총리는 국회 등에서 추경을 반대해 왔다.
그는 "올해 60조 원 가량 적자국채 발행을 예정하면서 편성된 예산을 원활히 집행해 추가로 빚을 더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재로서는 세계잉여금 남은 부분, 기금 여유 재원 등을 활용해 세수 부족을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의 일반회계 잉여금 6조 원 가운데 지방교부세,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상환 등을 제외한 순수한 여윳돈은 2조8000억 원이다. 자유로운 활용에 제한이 있는 특별회계 잉여금 3조1000억 원까지 최대한 활용한다면 5조9000억 원이다.
기금 여유 재원은 구제적인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 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이 전년대비 24조 원 감소하면서 '세수 펑크' 우려가 커졌지만 이러한 가용 재원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게 추 부총리의 설명이다.
추 부총리는 "세수 상황이 더 좋지 않더라도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복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세수 전망에 대해서는 "최근 세수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두드러지게 덜 걷힌 부분은 주로 법인세와 자산과 관련된 양도소득세"라며 "이는 경기 부진도 있지만 법인들의 영업실적이 좋지 않고, 부동산 및 주식 시장 침체에 주로 기인한다. 앞으로 일정 기간 내에는 세수 상황이 지금보다 조금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수 부족에 따른 국세수입 재추계 발표 시기와 관련해서는 "법인세,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가 올해 7월 신고 확정이 돼 큰 틀의 세수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흐름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전문가 등과 논의해 올해 8월경 또는 늦어도 9월 초에는 공식적으로 재추계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추계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매달 세수 실적이 나올 때마다 그떄마다 재추계하고 발표하고 그러면 굉장히 곤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여러 외국도 수시로 계속 매월 세수 진도가 나가면서 세수 재추계를 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고, 필요한 국가는 일년에 한 번 정도 공식 재추계해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내달 말 또는 올해 7월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1.6%) 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 기존 1.8%에서 1.5%로 각각 낮췄다. 이에 따라 정부 전망치 역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추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한은, KDI 등에서 최근 발표한 여러 지표 등의 분석 내용을 충분히 참고하고, 조금 더 보면서 추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전망치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올해 경기 흐름이 상반기엔 어렵고, 하반기에는 나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은과 KDI 등이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는 상반기가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연간 전망이 하향 조정된 측면이 있다"며 "이들 기관은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훨씬 좋은 성장 전망 수치를 제시했다. 이를 고려할때 전반적인 경기 흐름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높아진다는 흐름상의 전망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세수 정상화를 위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유류세 인하 연장 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별 정책대로 검토를 마치고 입장이 서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올해 유산취득세와 연계한 상속세제 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데 2023년도 세제개편에 확정적인 상속증여세 개편안을 담아가는 건 이르다고 본다"며 "공론화가 필요하고, 해외 사례 등에 대한 심층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 야당에서 재정준칙 법제화 법안과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 연계해 처리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 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사경법과 연계해 검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재정준칙의 자체 필요성이나 내용을 가지고 국회 기재위 위원들이 심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