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계 총소득이 1년 전보다 4% 넘게 늘었지만 물가 영향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했다.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연료비 지출과 고금리에 따른 이자 비용이 역대 최대 폭으로 늘면서 가계 흑자액이 12% 넘게 감소했다. 가계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7% 늘면서 7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소득 유형별로 보면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332만6000원)은 양호한 고용 흐름으로 8.6% 증가했다. 동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로 8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자영업자 등이 벌어들이는 사업소득(80만4000원)은 인건비·원자재·이자 비용 증가 등으로 6.8% 줄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전소득(77만3000원) 0.9% 줄었는데, 정부가 지급하는 공적 이전소득은 2.6% 감소했다.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득의 증가율은 0%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4.7%)이 2022년 1분기(3.8%) 이후 1년 만에 5% 아래로 내려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실질소득이 3분기 만에 마이너스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고물가 기조가 가계의 지갑을 얕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88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1%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소비지출(282만2000원)이 11.5% 증가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도 6.4% 늘면서 5분기 만에 0%대 증가율을 벗어났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에 따른 여가수요 증가 등으로 관련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품목별로 보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주거·수도·광열 지출(38만8000원)이 1년 전보다 11.5% 증가했다. 특히 전기·가스요금 등 냉·난방비가 포함된 연료비 지출이 23.5% 급증해 1인 가구 포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교통비 지출도 21.6% 늘었는데 이 중 항공요금 등 기타운송이 75.7% 늘었다. 코로나19 완화로 해외 여행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코로나19 완화로 외부활동이 늘면서 음식‧숙박(21.1%), 오락‧문화(34.9%) 등의 지출도 대폭 늘었다.
세금이나 이자 비용 등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106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10.2% 늘었다. 특히 이자 비용 지출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42.8% 급증하며 2분기 연속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갈아치웠다.
1분기 총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399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3.2% 증가했다.
다만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116만9000원)은 12.1% 줄었다. 3분기 연속 감소세다. 12.1% 감소는 동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도 소비지출이 그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이다. 가계 흑자율도 29.3%로 5.1%포인트(p) 하락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70.7%로 5.1%p 상승했다.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45배로 전년보다 0.25배p 상승했다. 소득분배가 나빠진 것이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원 수별로 나눈 가처분소득을 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 대비로 비교하는 지표로, 배율이 커질수록 분배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 5분위배율 상승은 사회안전망 강화, 물가 안정 등 상방요인과 경기둔화 등 하방요인이 모두 있어 방향을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양호한 고용흐름 및 전반적인 소득 증가세가 소득·분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민생·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