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와 관련해 "그동안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 위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실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히로시마 한 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령비 공동 참배가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진전된 입장으로 바뀐 것이냐'는 질문에 "두 정상이 말이 아닌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가 일단락됐느냐는 것은 그렇게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느냐"며 "역사라는 것은 긴 세월 축적된 것이고, 거기에 쌓인 문제들이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또 기시다 정부와 함께 노력해서 그 과정에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실천적으로, 그리고 좀 더 속도를 내서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지는 양국이 갖고 있다"며 "앞으로의 전망은 낙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그 과정에서도 어려운 점은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여전히 국내에 반일 감정을 이용해 얄팍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고, 일본 내에서도 분명히 혐한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꾀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대다수의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은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한일관계에서 더 중요하다는 데 대체적으로 합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으로 참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방문해 공동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참배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총리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도 동행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합동 참배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당시 윤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이라며 "두 정상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 피해자들에게도 위로의 뜻을 표시하는 한편,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일 양국이 함께 협력해 나가자는 의지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참배와 관련해 "두 정상이 한일 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두 정상의 참배에 우리 동포 희생자들이 함께 자리한 것이 그 의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북아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핵 위협에 두 정상, 두 나라가 공동으로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