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을 2030 바이러스감염 퇴치 인증 기준에 도달하기 어렵고, C형간염 퇴치가 어려운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대한간학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C형간염 선별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재영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9일 그랜드하얏트 인천에서 열린 ‘The Liver Week 2023’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인 정책 입안 등 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라며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많은 수의 환자가 만성간질환으로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백신도 없기 때문에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 선제적 치료를 하는 것이 질병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감염원을 제거함으로써 C형간염 전파를 막는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학회는 10년 이상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장 이사는 “학회에서 지속해서 대국민 홍보를 해왔지만, 인지도 개선이 되지 않았다. 국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라며 “지난달 질병관리청과 간염 기본계획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바이러스 간염 예방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꼭 C형간염 건강검진 도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B형간염과 C형간염의 감염은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산업재해로 명시돼 있다. 각 기관에서는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C형간염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무증상 환자의 감염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C형간염 선별검사를 통한 감염 여부를 구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 이사는 “C형간염은 예방백신은 없지만, 단기간의 경구약물 복용만으로 부작용 없이 100% 가까운 치료되는 약물이 이미 시판되고 있다”라며 “숨어있는 무증상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단순히 개인의 치료뿐만 아니라 감염원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관리 사업으로 다뤄져야 할 당위성 있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국가건강검진으로 도입되기 위해선 △건강 중요도 △조기 발견에 따른 치료 가능 여부 △검진방법의 국민수용성 △검진으로 인한 이득 △비용 대비 효과 등을 따져봐야 한다.
장 이사는 “유병률에 있어서는 건강검진 원칙에 떨어지지만, C형간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증, 간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C형간염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 사회·경제·국가적으로 본다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지난해 용역사업 결과, 검사방법에 대한 국민 수용성은 78% 이상을 보였고, 검사의 민감도 98%, 특이도 100%로 정확도도 높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영향 평가에서도 56~65세를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진행했을 때 총 300억 원이 소요되는데, 1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는 절감금액이 투입된 검사비용을 상회하는 결과를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대한간학회는 40~65세 대상의 C형간염에 대한 선별검사를 평생 1회 시행해주는 검진 사업이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숨겨진 환자를 치료해 질환의 진행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보험 재정 등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정된 기간 일몰성으로 국가검진사업에 편입 △B형간염 국가검진을 한시적으로 조정해 C형간염으로 대체 시행하는 방안 △C형간염 검진을 특별사업화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The Liver Week 2023은 18일부터 20일까지 그랜드하얏트 인천에서 열린다. 올해는 ‘간질환 임상과 연구의 진일보를 위한 도약’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간질환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시작된 The Liver Week 2023은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이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총 29개국에서 608편의 초록이 접수됐으며 30개국 171명의 해외 참가자를 포함해 총 1093명이 등록을 마쳤다. 초록접수와 참가자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 입국을 미뤄왔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간질환에 대한 최신 연구에 대해 활발히 발표하고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