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총아’ 바이스도 명단에 포함
고금리 따른 이자 부담 시달려
은행 위기도 사태 악화시켜
정크기업 디폴트율, 4.9%로 치솟을 듯
‘뉴미디어의 총아’로 불리던 바이스미디어그룹을 비롯해 의료 서비스 업체 엔비전헬스케어, 홈보안시스템 업체 모니트로닉스인터내셔널, 영국 화학제품 생산업체 베나토르, 석유회사 콕스오퍼레이팅, 바이오 의약품 회사 아테넥스, 방재 설비 업체 키드펜월 등 7개사가 최근 이틀 새 미국 법원에 연방파산법(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들 기업은 고금리 속에서 불어난 이자 부담에 시달렸으며 대출과 채권 재융자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양한 미디어 계열사를 거느린 바이스미디어그룹은 2017년만 해도 사모펀드인 TPG로부터 4억5000만 달러(약 6020억 원)를 투자받으며 총 57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매각을 위해 파산보호 신청서를 냈다. 현재 채권자 컨소시엄이 제안한 바이스미디어의 몸값은 2억25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베나토르와 모니트로닉스 등은 수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떠안은 상태여서 한계에 부딪혔다.
블룸버그가 부채 규모가 최소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틀 새 이처럼 많은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1년간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경색 여파가 가시화된 데 따른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은행 위기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연준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은행 대출 담당자들은 1분기 기업 대출 기준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이나 예금 유출 우려에 따라 은행들이 수중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꺼리게 된 것이다.
은행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산하 금융정보 제공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4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 수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36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파산보호 신청이 기업의 끝을 알리는 신호는 아니지만, 신청 증가는 미국 경제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이러한 파산 추세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투기(정크)등급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이 올해 1분기 말 2.9%에서 내년 1분기 말 4.9%로 상승해 장기 평균인 4.1%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