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바닥…필라델피아 지수·마이크론 주가 상승
2011년과 다른 경제 펀더멘탈…부채한도 협상 영향 제한적
코스피지수가 2500포인트를 밑돌며 약보합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증시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셀 인 메이(Sell in may)라 불리는 5월이 절반가량 지나간 시점에서 증시 바닥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6일 DB금융투자는 ‘2023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3000 오르다’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직전 고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소비 회복 가능성, 달러 약세로 인한 환율 효과 등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장단기 금리차의 주식시장 예측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상승률 추가 하락과 은행위기에 대한 경계 인식 강화,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남아있고, 이는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장단기 금리차 확대가 추가로 진행될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금융장세를 맞아 반등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화폐당 구매력이 반등하면서 주요국의 소비가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맞이하는 실적장세에 따라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증폭 효과도 기대된다.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이때 나타날 수 있는 달러 약세로 미국 금융시장에 머물던 달러 자금이 미국 외로 이전할 수 있다. 이때 한국 주식시장 역시 달러 수급의 수혜를 받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주식시장 상승 요인을 증폭시킬 수 있다. 하반기 수급 측면에서도 의외의 강세장을 맞을 여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국내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는 업황 회복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71% 오른 6만5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75% 오른 9만500원에 거래중이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미국 대표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전 거래일보다 6.11% 급등한 64.64달러로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68% 급등한 3052.64를 나타냈다. 최근 1년 사이 최고 상승률이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다졌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은 내년 순이익이 올해 대비 97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94%인 것과 대조적이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순이익 증가율은 189%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SK하이닉스는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설비투자(CAPEX) 감소와 반도체 가격 저점 통과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도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부채한도 협상으로 디폴트가 발생한 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 부채한도는 1960년부터 최근까지 78회 조정됐다. 21세기 부채한도 협상이 크게 이슈가 된 시기는 2011년과 2013년 크게 두 차례에 불과하다. 2011년 신용등급 강등 직후 하루 동안(8월 8일) 미 국채 10년 금리는 24.1bp 하락했고, S&P500은 6.7% 하락했다. 하지만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는 증시가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며 안정세를 보였다.
올해 부채한도 협상은 내년 말 대선을 앞둔 만큼 민주당과 공화당의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하나, 부채한도는 결국 상향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11년과 2013년 부채한도 협상 후유증으로 여론이 공화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이번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2011년 당시와 비교해 차별화된 경제 펀더멘탈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증시 영향 우려를 축소시킨다. 2011년 8월 미국 실업률은 9%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되며 높은 실업률이 지속하면서 부채한도 협상이 장기간 난항을 겪었다. 올해 실업률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3.4%로 완전고용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7~8월 중 실질적 데드라인이 가까워질수록 증시 조정 및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미국 경기 펀더멘탈은 2011년 당시와 달리 매우 양호하다”며 “당시와 같이 증시 급락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