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상 최대 ‘부의 대물림’ 시작됐다...‘벼락거지’ 쏟아지나

입력 2023-05-15 15:27 수정 2023-05-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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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60~80대 진입 앞두고 있어
미국 전체 가계자산 140조 달러 중 84조 달러 보유
2045년까지 부 이전 이뤄질 전망
상위 10%서 부의 이동 대부분 벌어질 것
하위 50%서 물려주는 부 8% 불과

미국에서 거대한 부(富)의 대물림이 시작됐다. 부동산과 주식 가치 폭등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가 인생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어서다. 사상 최대 부가 이전될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쏠림 현상 심화로 가만히 있어도 빈곤해지는 ‘벼락거지’가 속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경제 번영의 단맛을 제대로 누린 베이비붐 세대가 부를 물려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1946~1964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최고령층은 80대 문턱에 다가섰고 막내는 곧 60세가 된다. 의학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73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 중 사망자 비중은 이미 31%가 넘는다. 또한 15.5초당 한 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가 인생의 무대를 슬슬 떠나면서 이들이 소유한 막대한 부의 이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 베이비붐 세대는 그 중심에 있었다. 1989년 38조 달러(인플레이션 반영 후 보정)였던 가계 전체 자산은 2022년 현재 140조 달러(약 18경6800조 원)로 세 배 이상 불었다. 이 중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은 84조 달러로 절반을 넘어선다. 주택과 주식 가격이 급등한 게 자산 형성의 토대가 됐다. 1983년 이후 40년간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500% 뛰었고, S&P500지수는 2800% 이상 치솟았다. 이 기간 물가 상승률은 200% 수준이었다.

미국의 자산 황금시대를 거치며 축적된 베이비붐 세대의 부는 2045년까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자)와 X세대(1965~1980년 출생자)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중 16조 달러는 향후 10년 내 상속이 이뤄질 예정이다. 세금을 고려해 살아있을 때 재산을 물려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 부의 대이동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금융 전문가인 더글라스 보네파트는 NYT에 “다가올 현상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부의 이전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부의 쏠림 현상이 대물림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사회 양극화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계 자산 상위 10%에서 부의 이동이 대부분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상위 1%의 자산 규모가 하위 90%와 맞먹는 가운데 이 계층에서 부의 대물림이 집중될 예정이다. 하위 50%에서 이전되는 부는 8%에 불과하다.

많은 자산을 축적한 소수의 부자가 그들의 자녀에게 부를 물려주면서 사회계층 이동의 문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 가치 급등으로 이를 보유하지 못했을 경우 가만있어도 빈곤해진다는 의미의 ‘벼락거지’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자 증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순자산 1억 달러 이상 가계를 대상으로 최소 25%의 억만장자세를 물려 사회 프로그램 경비를 충당하겠다는 내용이다. JP모건에셋매니지먼트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최상위 부자들의 자산에 세금을 매겨 다른 이들한테 나눠준다는 생각보다 하위층의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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