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관 대신 왕겨를 사용해 논에서 물을 빼는 기술이 시공비를 줄이고 작물의 생산성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논 타작물 재배 시기를 맞아 논에서 밭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왕겨 충진형 땅속배수' 기술을 13일 소개했다.
이 기술은 땅속에 배수관을 묻지 않고 트랙터로 땅속 50㎝ 깊이에 지름 50㎜ 크기로 구멍을 뚫고 동시에 스크루 장치로 왕겨를 압축해 넣어 왕겨 사이로 물이 흐르게 하는 기술이다.
시공이 간편하고 쉬우며 배수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공비를 줄일 수 있다. 왕겨 충진 기술의 시공비용은 ㏊당 825만 원인데 비해 기존 '굴착식 땅속배수' 방식은 3726만 원, '무굴착 땅속배수 기술'은 1231만 원으로 각각 77.8%, 33%의 시공비를 절감할 수 있다.
토양의 질도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땅속배수 시설은 주로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파고 배수관을 묻어 그 안에 자갈 등을 를 충전한 뒤 되메우기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때문에 시공 뒤에는 토양이 교란돼 비옥도가 불균일해지는 단점이 있다.
또 사용기간이 지나면 배수관이 막혀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아 배수관을 철거하고 다시 설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왕겨는 도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공극률(입자가 차지하는 공간을 뺀 빈 공간 비율)이 79%로 높아 물이 스며드는 정도가 높다. 성분 중 탄소 비율이 42%로 높아 잘 부패하지 않기 때문에 약 13.5년 동안 배수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열 농진청 생산기술개발과 연구관은 "농진청은 내년부터 신기술 시범사업 논 논콩 생산단지를 중심으로 이 기술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 기술을 활용해 논에서 타작물 재배가 확대되고 안정적인 수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