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글로벌 비상장 인프라 시장의 자금 조달 상황이 녹록지 않다.
11일 산업데이터 제공업체 프레친(Preqin)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비상장 인프라 펀드에는 약 27억 달러가 유입됐다. 비상장 인프라 펀드에 두 자릿대 자금이 들어온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760억 달러), 직전 분기(330억 달러)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최근 5개년 평균 332억 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지난해 1분기 760억 달러가 들어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인프라 펀드의 자금 냉각 현상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주요 대형 메가 펀드들이 지난해 상반기 기록적 수준의 자금 모집을 완료했고, 하반기부터 가파른 시장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자금 모집에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LP들 입장에서는 조달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급하게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고금리 여파로 펀드 시장에 ‘분모효과(Denominator Effect)’가 발생한 점도 작용했다. 분모효과는 주식과 채권 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체자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나자 추가적인 자금 출자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뜻한다. 대체투자 자산이 늘어난 상황에서 추가 대체 자산을 마련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비상장 인프라 시장은 LP들의 자금 사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프라 시장 내 소수의 대형 GP들이 비중이 크다는 점도 자금 유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비상장 인프라 펀드는 상위 25%의 대형 펀드가 전체 모집액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정연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억 달러 이상의 대형 펀드가 전체 펀드 내 차지 비중이 12%인 사모 부동산 시장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며 “실제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는 대형 펀드뿐만 아니라 중소형 펀드에도 골고루 분산돼 있어 자금모집에 나선 GP와 자금투자를 고려하는 LP 간 입장 차가 커진 상황”으로 분석했다.
자금 모집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유통 규모 역시 둔화하고 있다. 1분기 글로벌 인프라 시장 딜(Deal) 규모는 710억 달러로,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던 2020년 2분기(590억 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자금 모집 시장의 냉각으로 GP들이 자산을 사들이기 위해 모집해둔 드라이파우더 규모 역시 감소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상장 인프라 시장의 자금 둔화 흐름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통신 관련 섹터의 거래는 견조하다는 예상이다. 매크로 글로벌 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석탄 발전과 비교하면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분기 신재생 에너지 섹터 거래 활동은 다른 섹터에 비해 직전분기 감소 폭이 낮았다.
정 연구원은 "매크로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성과가 불확실한 자산보다 탄소배출, ESG와 관련한 인프라 투자로 대체해 쏠리고 있다"며 "발전단계에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이 다양해지면서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수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