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천 지하 방수로 및 광화문·강남역 대심도 빗물 터널 확충
올해 여름 엘니뇨의 발달로 홍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홍수 방어 시설 강화에 올해에만 6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선제 대응 태세를 갖춘다. 홍수 취약 지구 390곳을 지정하고 지구별 맞춤형 대책도 수립한다.
환경부는 이달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의 '여름철 자연 재난 대책 기간'에 맞춰 이런 내용을 담은 '홍수 피해 방지 대책'을 10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수도권 집중호우와 9월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30명의 인명피해와 5728억 원의 재산 피해를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페루 등 동태평양 표층 수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기후 현상인 엘니뇨가 예상보다 일찍 발달하면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홍수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환경부는 홍수예보 고도화 및 맞춤형 홍수정보 제공, 홍수방어 인프라 구축, 현장 중심의 홍수대응력 강화, 홍수 대응 기관 간 협업 강화를 통해 홍수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도시 침수와 하천 범람에 대한 대응력 확보를 위해 기존 기반 시설의 안전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홍수방어 기반 시설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전국의 홍수취약지역의 하천 제방을 정비하고 하수관로도 집중 개량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 1000억 원 수준의 하수도 개량 예산은 올해 1541억 원으로 연 3500억 원 수준의 국가하천 정비 예산은 4510억 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때 침수된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에는 대심도 빗물 터널이 건설될 예정이다. 집중호우 때 범람한 서울 관악구 도림천에는 지하 방수로가 만들어진다. 태풍 힌남노에 냉천이 범람한 경북 포항시에는 항사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경기 광명시 목감천에는 강변저류지가 설치된다.
중장기적으로 홍수취약지역에 맞춤형 홍수방어 기반 시설 도입을 위해 특정 하천 유역 치수 계획을 올해 7월 부산, 포항, 경주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34곳의 지역에 대해 수립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홍수방어 시설을 단계적으로 설치한다.
이와 함께 홍수 예보를 고도화하고 맞춤형 홍수정보를 제공한다.
이달부터 도림천 유역에서 시범 운영될 인공지능(AI)·디지털트윈(가상모형) 기반 도시 침수예보를 내년까지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광주 등으로 확대한다.
또 강 본류뿐 아니라 지류·지천까지 홍수예보가 이뤄지도록 예보지점을 현재 75곳에서 2025년까지 223곳으로 늘리고 AI를 활용해 예보 시점을 '6시간 전'으로 현재보다 2배 이르게 앞당긴다.
전국 홍수정보 제공 지점은 574곳으로 2020년(409곳)보다 165곳 늘었다.
500년 빈도 홍수와 과거 최대홍수량 등을 포함한 홍수위험지도를 2024년까지 완성하고 국가하천(67개)·지방하천(3511개) 하천 범람 지도와 591개 읍면동 도시 침수지도 등 이미 완성된 지도는 온라인에 공개한다.
정부는 홍수 대응력 향상을 위해 국가하천 전 구간의 홍수위험 요인을 조사, 홍수 취약 지구 390곳을 지정했다. 홍수 취약 지구는 각 지구의 특성을 반영해 주민대피계획, 응급 복구계획 등 대책을 수립했다. 또 주민-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홍수 취약 지구 조사 결과와 대책 수립 상황을 공유하고 홍수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호우 및 댐 방류 등 하천수위 상승에 대비해 유역환경청, 홍수통제소, 한국수자원공사 등 각 기관에서 사용 중인 8000여 대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73개 국가하천 전 구간(3601km)에 대해 수위나 제방 등 종합적인 하천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극한 강우에 대비해 도시 침수와 하천홍수에 취약한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라며 "관계기관과 빈틈없이 협업해 홍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