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순현금 중립’ 목표 향해
4월 출시한 저축 상품 나흘만에 1조3000억 원 입금
3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애플이 1분기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900억 달러(약 12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성장 부진에도 '순현금 중립' 기조에 따라 작년 수준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9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분기 배당금을 5% 인상했다. 2012년부터 2022년 말까지 애플은 자사주 매입에 총 572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모든 기업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애플의 현금 포지션 축소 기조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더 큰 수익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애플이 보유한 순현금은 540억 달러로 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에릭 우드링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순현금 중립’ 목표를 향해 가면서 올해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주주 환원 및 재투자 추세를 이어간다면 약 3.5년 안에 순현금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현금 중립이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부채와 같아지는 것을 말한다.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2011년부터 현금을 쌓아두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애플은 그다음 해에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8년에 “순현금흐름을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의 주주 환원이 주가를 돋보일 수 있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시장에서는 호재로 평가한다. 사믹 채터지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강화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애플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플이 지난달 미국에서 저축계좌를 출시한 이후 나흘 만에 9억9000만 달러의 예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지난달 17일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연 4.15%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 계좌 상품을 출시했다. 포브스는 “출시 첫날에만 4억 달러가 모였고 첫 주에 약 24만 개의 계좌가 개설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금 유출로 파산하는 은행이 있는 반면, 두 회사는 소비자의 돈을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3월 급격한 예금 유출로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했다. 이어 은행 주가가 급락하고 예금 유출이 더 빨라지면서 5월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도 파산하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