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 파문...‘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
윤리위 징계 리더십 세울 반전 안 될 수도
이준석 “진퇴양난...김기현 딜레마 올 것”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징계를 앞두고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로 당의 기강을 바로잡을 계획이었지만, 두 최고위원을 둘러싼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습이다.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를 반대하는 대표자들이 모였다. 송세달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을 비롯한 일부 당원들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징계에 정당성이 없다”며 “발언 당시의 취지를 살펴보면 선출직 최고위원에게 징계를 내려야 할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징계가 최선이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되면 태영호, 조수진, 김병민, 장예찬 최고위원들은 순차적으로 무너지고 김기현 체제는 결국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태 최고위원은 녹취록 파문으로 자신의 보좌진들이 유출자로 의심받는 상황에 놓였다. 이른바 유출자를 색출하는 ‘마녀사냥’이 이뤄지자 그는 전날(2일) 밤 페이스북에 “최근 녹취록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일부 유튜버들이 유출 배후로 언급한 A비서관은 이미 대선 전인 2021년 6월에 의원실을 떠난 사람”이라며 “해당 비서관이 이번 사건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의혹이 살포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MBC는 1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말하며 한일 관계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했다. 이에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논란이 일자 태 최고위원과 이 수석은 “그런 말을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 징계를 통해 흔들리는 당의 리더십을 잡고자 했던 김기현 대표의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을 하게 되면 총선 이후에 징계가 끝나는 것인데, 두세 명이 이탈해 버리게 되면 최고 지도부가 사실상 의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경징계를 하고 싶겠으나, 그렇게 되면 지지율이 떨어진다. 지금 진퇴양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권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당원들이 뽑은 선출직 최고위원을 제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은 징계 차원이 아니라 두 최고위원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계속 버티면 당 내홍이 커지고 지도부 존속 문제까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윤리위 징계로 반전을 꾀하려 했던 것이 사면초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대표는 “용산에서는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해서 당 탓을 하려고 할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당을 몰아붙이려고 할 것이고 김기현 대표는 딜레마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