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도 계속됐다. 무역수지 역시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감소한 496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수출이 월간 기준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는 영향이 크다. 또 지난해 4월 수출(578억 달러)이 역대 4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4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0%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석유제품(-27.3%), 석유화학(-23.8%), 철강(-10.7%) 등도 감소하며 수출 부진을 이끌었다.
반면 자동차 40.3%, 선박 59.2%는 증가하며 반도체의 빈자리를 메꾸기에 바빴다.
자동차 수출 급증과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일반기계 등의 수출이 증가한 유럽연합(EU·9.9%)과 중동(30.7%)에 대한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26.5%), 아세안(-26.3%) 등에 대한 수출은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중국과 베트남의 수입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대중(對中) 수출과 대아세안 수출 감소에 주된 영향을 줬다. 또한, 미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4월의 수출 호조(96억 달러, +27.1%)에 따른 기저효과로 소폭 감소(-4.4%)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3% 줄어든 522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원유(-30.1%), 가스(-15.5%) 등 에너지(-25.8%)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에너지 외에도 반도체, 철강 등 원부자재 수입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우리 첨단전략산업 생산에 중요한 반도체 장비와 이차전지 소재(수산화리튬 등) 수입은 증가했다.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아 무역수지는 26억2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작년 3월부터 14개월째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무역적자가 14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으로 적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다만 무역적자는 올해 1월 125억1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52억7000만 달러, 3월 46억2000만 달러, 4월 27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점차 줄어들며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무역수지의 경우 1월 이후 적자 규모가 점차 개선되는 추세"라며 "조속한 시일 내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강력한 수출지원 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다.
구체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출이 증가하거나 전체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유망품목을 발굴해 맞춤형으로 집중 지원한다. 또 자원 부국 등 유망시장 진출 지원도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수출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반도체 등의 기술개발 투자,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출 품목·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도 이룬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