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정유업계가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실적 하락을 예고했다. 석유 소비 감소와 정제마진 하락에서 시작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9조776억 원, 영업이익 5157억 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 2.3%, 영업이익 61.3% 감소한 수치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한 6조 7973억 원, 영업이익은 70.9% 감소한 1934억 원에 그쳤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을 의미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 경유 등으로 만들어 파는데 정제마진이 높으면 정유사 이익도 높아진다. 통상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지난 21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5 달러로, 연중 최저치에 머물렀다. 정제마진이 2달러대로 내려 간 것은 지난해 10월 27일(2.46달러) 이후 약 6개월만. 지난해 2분기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회복하면서 정제마진이 배럴당 20달러를 웃돌았던 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도 확대됐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해 국내 도입하기까지 약 3개월의 시차가 걸린다. 이 기간 유가가 하락하면 그 차액만큼 정유사의 손실로 잡힌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설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2분기 정유업황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며 “올해 2분기와 3분기의 실적 모멘텀이 약화되고, 시장 분위기 역시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4월 들어 중국에서 석유제품 쿼터를 늘릴 수 있다는 식의 물량이 풀릴 수 있다는 뜬소문이 업계에 돌면서 미리 매도하려는 수요 때문에 마진이 악화하는 이슈가 있었으나 정리가 됐다”며 2분기 실적 영향을 예상했다.
다만, 중국의 리오프닝 재개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드라이빙 수요가 늘면서 휘발유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성수기에 맞춰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 때문에 5월, 6월엔 실적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