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안이라도 숙고할 때

입력 2023-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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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23년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생아 수가 1만9939명에 그쳐 2월 기준 사상 최소치를 갈아치웠다고 한다. 사망자 수는 출생아 수를 웃돌아 인구 자연 감소세가 40개월 연속 이어졌다.

인구동향 통계는 국가 소멸을 경고하는 적색등이다. 대한민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총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2017년에 14% 이상인 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하기까지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1년, 일본은 24년 걸렸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국가보다 과속으로 ‘늙은 국가’로 돌진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합계 출산율은 1991년만 해도 1.71명에 달했다. 1991년 출생아 수는 71만 명이다. 근래와는 비교도 안 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까지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단연 꼴찌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OECD 꼴찌(37위)인 이탈리아(1.24명)와도 격차가 크다. 올해는 0.73명, 내년은 0.70명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통계청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2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정부는 지난달 말 대통령 주재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열어 선택과 집중을 선언했다. 과연 유의미한 대책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그제 나온 국회예산정책처의 ‘저출산’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국내총생산의 2.25%까지 증가했지만 출산, 양육 지원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이탈리아는 ‘자녀 있으면 세금 없다’는 구호 아래 자녀를 2명 이상 낳으면 세금을 모두 면제해주는 파격적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꼴찌 2등도 이러는데 꼴찌 1등은 회의만 열고 있다. 왜 이리 한가로운지 모를 일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최근 국내 연구기관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특단의 방책으로 ‘이민 정책’을 제시했다고 한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상 특별비자 프로그램’을 성공적 정책 사례로 꼽았다. 벤치마킹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홍콩 등의 제도는 저임금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제안이 국내에서도 나오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만 사고 있다. 최저임금제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찬반양론, 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시간 낭비를 할 틈이 없다. 크레이머 교수의 이번 제안이라도 깊이 숙고하면서 비상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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