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정부가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틀어막았던 부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이 전월 대비 0.05%포인트(p) 오른 0.36%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2020년 8월 말(0.38%) 이후 30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2월 말 0.43%까지 치솟은 연체율은 점차 하락해 2021년 5월 말(0.32%) 이후 0.2%대를 이듬해 말까지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들어 0.31%로 다시 0.3%대에 진입한 뒤 2월 들어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의 비율이다.
2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1조9000억 원으로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다.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8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000억 원 늘었다. 2월 중 신규연체율은 0.09%로 전년 동월(0.05%) 대비 0.04%p 상승했다.
기업과 가계 모두 연체율이 올라갔다. 같은 기간 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보다 0.05%p 상승한 0.39%였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7%)이 전월 말(0.39%) 대비 0.08%p 상승했다. 전년 동월 말(0.32%) 기준으로는 0.15%p나 뛰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0.09%)도 전월 말(0.09%)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연체율(0.32%)은 전월 말(0.28%)보다 0.04%p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0.19%)과 비교하면 0.13%p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20%)은 전월 말(0.18%)에 비해 0.02%p 높아졌고, 전년 동월 말(0.11%) 대비로는 0.09%p 상승했다.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의 연체율(0.64%)은 전월 말(0.55%)보다 0.09%p 상승했다. 전년 동월 말(0.37%) 대비 0.27%p 올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코로나19 이후 은행권의 금융지원으로 낮아졌다”면서도 “최근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전세사기로 인한 금융권 경매유예 조치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연체율은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