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태 관리 어려워지고 소송까지
사용자‧근로자 권한 제도정비를
가령,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출근’이 무엇인지 모호해지는 경우들이 생겼다. 단순히 일을 태만히 하는 것과 ‘결근’은 또 다른 문제이다. 많은 회사에서 ‘결근’을 ‘업무해태’보다 훨씬 엄중한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때로는 ‘연속 5일 이상 무단결근한 경우 당연퇴직한다’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사실 기업들은 재택근무 중 ‘출근’ 여부를 분명히 하기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로그인해서 근무시간을 기록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준다. 하지만 어떤 직원들은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로그인도 하지 않으며, 아예 연락도 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했다’고 주장한다. IT기업에서는 로그인하지 않고서도 업무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나온다.
근로자가 사후에 제출한 ‘업무 내역’은 회사가 지시한 방법과 요령에 따른 것이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회사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된 ‘업무’인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안 했다고 단정하기에는 모호한 경우도 있다(앞서 본 것처럼 업무태만과 결근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도 그렇다). 결국 결근으로 볼 것인지 말 것인지는 판단의 문제가 되고, 그 판단은 나중에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의 일이지만 우선은 회사의 몫이고 1차적으로는 인사 담당자의 몫이다.
한편, 어떤 직원들은 재택근무 기간 동안 하루 이틀이 아니라 2~3주씩 연락이 두절된다. 재택근무와 선택적 근로시간제(근로시간 총량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언제 얼마나 근무할지 스스로 선택하는 제도)가 결합될 경우, 일부 직원들은 차일피일 일을 미루다가 완전히 자기통제력을 상실하고 아예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인사 담당자는 결근이 문제가 아니라 실종신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는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어쩌면 이 직원의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인사 담당자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실종신고를 해야 할까, 해도 될까, 신고하기 전에 먼저 집으로 찾아가야 할까, 찾아갔다고 오히려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A 사에서는 자택 방문을 통해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직원을 발견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었다. 반면 B 사에서는 인사 담당자가 연락이 두절된 직원의 자택을 방문했다가,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회사 담당자가 집으로 찾아왔다며 사생활 침해라고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게 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확대했다. 재택근무를 위해 법령을 정비한 나라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기업과 개인에게 복잡한 문제들을 미루어 두었다. 이미 늦은 감은 있으나 앞으로 재택근무를 아예 안 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회사가 근로계약서상의 근무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강제할 수 있는지, 재택근무 시 근로자는 무엇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회사는 근태를 관리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권한을 가지는지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재택근무는 많이 줄었지만 관련 소송은 한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회는 ‘모든 것을 합의해서 해결하면 좋다’는 있으나 마나 한 가이드라인을 넘어 사용자에게 구체적인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근로자에게도 일정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몇몇 사람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모두 미뤄두고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제도가 언제까지나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