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시간 비례해 수당지급 공통점
포괄임금 ‘무효’…고정 OT는 유효할 듯
고정 OT 성격‧순기능, 똑바로 이해해야
그런데 포괄임금제 폐지 논란에서 한 가지 어려운 점은 많은 경우 포괄임금제와 고정연장근로수당제(이하 고정 OT)를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포괄임금제와 고정 OT는 실제 연장 근로시간에 비례해 수당을 지급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외형상 공통점이 있지만 법적인 구성과 효과는 다르다.
포괄임금제는 모든 임금항목을 포괄해서 연봉 총액만 정하거나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전체의 총액만 정하고, 연장 근로시간이 실제로 몇 시간 발생했든 더 이상 수당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반면 고정 OT는 일정한 시간(예컨대 월 20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계산해 지급하되, 실제 연장 근로시간이 이를 초과하면 초과분을 ‘정산해서’ 지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판례도 두 가지 방식을 구분하고 있다. 대법원은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의 측정 자체가 어려운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입장이나, 고정 OT 명목으로 지급된 돈은 연장근로 수당으로서 지급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포괄임금은 원칙적 무효, 고정 OT는 원칙적 유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우원식 의원안을 보더라도 법안이 금지하고자 하는 대상은 ‘포괄임금제’이지 ‘고정 OT’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법안은 기본급조차 정하지 않았거나 혹은 기본급은 정했더라도 수당 간에 구별이 없는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포괄임금제와 고정 OT가 일견 비슷해 보이는데도, 포괄임금제와는 달리 고정 OT의 유효성이 인정받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포괄임금제는 법정수당을 아예 계산하지 않거나 ‘안 주는’ 방식이어서 비교적 간명하게 금지할 수 있지만, 고정 OT는 돈을 ‘더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것이 법논리적으로 쉽지 않다. 연장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혹은 한 달에 10시간만 하더라도 20시간 분의 수당을 주겠다는 것이 고정 OT의 논리이다. 현행법상 사용자가 돈을 더 주는 것이 위법이라는 법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연장 근로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수당을 주는 것은 모두 위법이라는 법률을 만들거나, 고정식으로 지급되는 수당은 모두 기본급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경우 임금체계에 예상하기 어려운 충격을 줄 수 있다.
고정 OT를 모두 기본급화하고 다시 이를 기준으로 초과 근로수당을 계산하게 되면 실질적인 임금인상이 일어난다. 반대로 고정 OT를 삭감하고 실제 연장근로 수당만을 주는 경우 실질적인 임금 감소가 초래된다. 과거 경기가 좋고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던 시기에는 고정 OT 폐지론이 임금을 인상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으나, 경기가 어려울 때는 반대의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편으론 고정 OT라는 완충장치 없이 근로시간 매 1분마다 실제 지급받는 임금이 달라진다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분 단위 혹은 심지어 초 단위로 임금을 끊어서 달라는 문의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화장실, 담배 등으로 인한 휴게시간까지 엄격하게 근로시간에서 공제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분쟁이 늘어나더라도 계산이 정확한 게 좋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근로시간을 1분 1초까지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은 어려울 때가 있다. 게다가 대기시간, 출장시간, 출근 후 업무 전 시간처럼 시간의 산정 이전에 법적 성격부터 문제되는 경우도 많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고 이제 대법원에서도 포괄임금제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견 비슷해 보이는 고정 OT의 유효성은 여전히 굳게 인정되고 있고, 또 그럴 만한 나름의 이유도 있어 보인다. 제도의 개선에 관한 논의도 고정 OT가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성격과 순기능을 이해하는 전제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