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둔화에 투자금 급감 영향
스타트업 자금 조달액 전년비 60% 감소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조사업체 CB인사이트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1분기 새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이 13개사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말한다.
이에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1206개사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전년 대비 65% 급증했던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혁신을 견인하는 스타트업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1분기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중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이 4곳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는 AI 챗봇업체 미국 앤스로픽과 AI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딥엘(DeepL)이 포함됐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8개사로 가장 많았지만, 전년 동기(79개)와 비교하면 증가 폭은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이어진 세계적인 금융완화 기조에 힘입어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와 경기둔화 역풍에 유니콘에 등극하는 스타트업 증가 속도는 더뎌지게 됐다.
신규 유니콘 급감의 주원인으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감소가 꼽힌다. 올해 1분기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한 586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1회 투자 유치액이 1억 달러 이상인 이른바 ‘메가라운드’는 전년보다 80% 줄어든 90건에 그쳤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도 스타트업들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VB 대출에 의지하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금이 줄어들자 허리띠를 졸라매는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기술 분야 감원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규모 일시 해고에 나선 기업은 약 600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18배 급증했다.
벤처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는 대기 자금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중단되는 등 거시경제 환경이 진정될 경우 4분기에는 스타트업 투자 감소 추이가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