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27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은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임대로 거주하기를 원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야당은 정부가 먼저 전세보증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고, 이후 공공매입 등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어 본회의 전에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과 취득세·재산세 등의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당정은 특별법을 통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주택을 낙찰받기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고, 임차 주택을 낙찰받을 때 관련 세금을 감면할 계획이다. 당정은 주택을 취득할 때 주택가격의 1~3%(일반세율)에 달하는 취득세를 절반에서 최대 전액까지 면제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정은 임차주택을 매입하지 않고 임대로 계속 거주하기 원하는 임차인을 위해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임차인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에 이를 매입임대제도를 활용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입임대제도는 공공이 매입한 주택을 무주택 청년, 취약계층 등에 최대 20년까지 시세의 30~50% 수준에 임대하는 제도다. 매입임대 사업은 이미 시행 중인 제도여서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 없다.
다만, 당정이 밝힌 해법에는 피해자의 전세보증금을 별도로 보장하는 내용이 없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그리고 피해자 대책위가 요구하는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청구'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보증금 반환채권 매수가 핵심인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조 의원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수해 임대차 보증금을 우선 피해자에게 주고, 이후 공공기관이 주택을 매입해 되팔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채권 매입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임대보증금미반환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도 조 의원안과 유사하게 보증금 반환채권과 보증금미반환주택을 매입하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공공매입은 국가가 피해 보증금을 혈세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보증금 국가대납법'인 셈"이라며 "이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결국 그 부담이 모든 국민에게 전가되는 포퓰리즘이고 무책임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이 추진하는 방식은 피해 보증금 혈세 지원이지만 당정이 추진하는 방식은 피해 임차인 주거보장"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조 의원은 24일 전세사기 피해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의안 핵심은 피해자가 가진 채권을 우선적으로 자산공사 등이 적정 가격을 평가해 매입하고, 그 다음 적정 평가된 주택을 경매나 공공매입 통해 환수한 부분 있으니 국가 세금이 거의 안 들어간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임차인은 거주권을 보장 받을 수 있고, 더불어 재산권을 모두는 아니라도 임시적으로 피해 구제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여야는 특별법을 27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목표로 협상에 들어갔지만, 전세보증금 등과 관련한 여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본회의 처리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이번 주 입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지만, 본회의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조차 마련되지 않아 이달 내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이 27일 법을 처리하겠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특별법을 발의한다는데, 구체적으로 내용도 안 나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이건 정부 측이건 빨리 발의해 달라"며 "그 법을 가지고 제가 발의한 안과 심 의원안으로 합리적 방안을 찾아가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최고위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여권에서도 그런(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개념을 담은 법안을 내서 같이 좋은 대안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면 언제든지 협상에 응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