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칠레의 리튬 선언, 광산 카나리아로 알아야

입력 2023-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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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가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향후 리튬은 국가 통제가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만 생산될 것”이라며 “최고의 기회”라고 했다.

칠레는 세계 1위 리튬 보유국이자, 세계 2위 생산국이다. 같은 남미권의 자원 부국이자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의 한 축을 이루는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국제광업인연차총회(PDAC)에서 리튬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리튬 매장량 세계 10위인 멕시코는 이에 앞서 소노라주 6곳에 대한 리튬 탐사 채굴을 국가가 독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칠레의 국유화 선언은 이런 움직임에 대한 화답일 개연성이 많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스마트폰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자원민족주의 물결 또한 거세다. 칠레, 멕시코만이 아니다. 볼리비아는 2008년 리튬 국유화에 나섰고, 아르헨티나도 1월 주 정부를 통해 전략물자 지정을 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닮은 리튬수출국기구(OLEC·가칭) 등장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OPEC을 본뜬 리튬카르텔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어떤 파문이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칠레 선언은 포브스 경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 빈국에는 위기 징후를 알리는 광산의 카나리아일 수밖에 없다. 주요 광물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우리 입장에선 한가한 사안이 아니다. 아예 OLEC 출범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대응 플랜을 짜야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공세로 국내 업체들은 어차피 향후 광물 조달처 다변화에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 발등의 불은 코발트, 희토류 등의 중국 의존도가 압도적인 현실이다. 우리 산업계 명줄은 중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구 찾기가 급하다.

정부는 얼마 전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50%대로 낮추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핵심광물 확보 전략’이 이렇다. 이번 전략은 여야를 뛰어넘어 초당적으로, 민관 협력을 통해 국가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김대중 정부 때 본격화해 이명박 정부 때 정점을 찍었으나 정권 교체 후 정쟁 대상으로 전락해 풍파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적폐’로 몰려 어렵게 확보한 해외 광산이 헐값에 처분되기까지 했다. 그런 한심한 작태가 다시 반복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해외 광물 의존도가 가장 높은 이 나라엔 미래가 없다. 중국이 건네주는 광물에 매달려 살게 될지도 모른다. 정신을 바짝 차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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