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기준 적자는 2008년 이후 15년 만
인위적 감산에 하반기 반등 전망도
“반등 수요회복에 달려있어…상황 지켜봐야”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1분기 실적이 급락한 삼성전자가 2분기에는 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6000억 원을 거두는 데 이어 2분기에는 전사 기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별로 추산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하이투자증권 1조2860억 원 △SK증권 6000억 원 △이베스트투자증권 4000억 원 △삼성증권 2790억 원 등이다.
2분기에 삼성전자가 전사 기준 적자를 기록할 경우 연결 기준 940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약 15년 만이다. 분기로는 실적 발표를 시작한 2000년 3분기 이후 두 번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6000억 원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1분기 4조 원대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는 '갤럭시 S23 시리즈' 출시로 MX(모바일경험) 부문이 전체 실적을 지탱했지만, 2분기에는 이 실적마저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는 적자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며 "당장 반도체가 흑자 전환할 리는 없고,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 식당과 여행 등 서비스에 국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2, 3위인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은 이미 감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나며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등 강도는 결국 수요가 결정하는데 아직 수요 회복이 더딘 만큼 반등 시기를 예측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감산을 통해 공급을 줄여도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면 업황 호전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반등 강도는 수요에 달려있는데 수요 측면에서 아직 가시적 회복 동인을 찾기 어렵다"며 "업황 반등도 올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이뤄지기보다 완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