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에 얼굴이 그대로 나가자
‘초상권 침해’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윤석열 정부 들어 신설한 대통령실 종교다문화 비서관에 첫 임명된 김성회 씨가 방송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는 바람에 초상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이 ‘공적 인물’이란 이유로 초상권 침해를 부정했다.
공적 인물의 초상권 보호와 언론의 자유 보장을 조화시키는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3일 문화방송(MBC)과 MBC 기자가 방송을 통해 김 씨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김 씨가 MBC와 MBC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해당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됐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돼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김 씨가 대표로 있는 한국다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레인보우합창단이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레인보우합창단은 소속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각 30만 원 지급을 요청했다. 여기에 일부 학부모들은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급하기로 했다’는 점을 들어 항의하며 관련 서류 열람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씨 등은 이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약 4분 48초간 동영상이 촬영됐다. 2018년 3월 MBC는 ‘다문화합창단 참가비 논란’ 기사를 작성해 뉴스로 만들어 방송했는데, 촬영해온 동영상 가운데 32초간 일부를 편집해 사용하면서 김 씨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이에 김 씨는 MBC 기자와 MBC가 방송을 통해 본인의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내 다문화가정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합창단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애국가를 불렀다.
1심은 김 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MBC와 MBC 기자가 각자 1000만 원씩 손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역시 원고와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이 사건 방송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위법성 조각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들의 행위는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고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특히 언론 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은 ‘공적 인물의 초상권 보호’와 ‘언론의 자유 보장’ 간 이익형량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