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에 ARB 7억 개 4년 간 분할해 지급…다오가 규모ㆍ시기 수정도 가능
“다오가 견제자 역할했지만, 구조적인 한계 있어”…재발 가능성 지적도
7억 개의 아비트럼 토큰(ARB) 배정을 두고 있었던 아비트럼 다오(탈중앙화자율조직·DAO)와 아비트럼 재단의 갈등이 세 번의 투표를 통해 어느 정도 봉합된 모양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다오가 도덕적 헤이에 대한 견제자 역할을 한 것이라면서도, 그 한계도 함께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아비트럼 재단의 AIP(아비트럼개선안)-1.1과 1.2 제안이 각각 98.13%와 99.15%로 통과됐다. 앞서 아비트럼 커뮤니티는 총 발행량의 7.5%에 해당하는 7억5000만 ARB를 재단이 불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AIP-1 제안에 반대했다. 게다가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재단이 5000만 개를 이미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이에 재단이 AIP-1을 세분화하고 커뮤니티 의견을 반영한 것이 AIP-1.1과 1.2다.
AIP-1.1은 문제가 됐던 ARB 7억 개를 재단 소유 ‘관리 예산 지갑’에 락업하고, 매년 1억7500만 개씩 4년에 걸쳐 언락(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자금은 초기 운영 예산 및 생태계 성장 이니셔티브로 구성되고, 다오에 의해 그 자금 규모나 해제 일정 등이 수정되는 것도 가능하다. 재단은 제안에서 “추가 자금은 다오를 대신해 생태계의 성장 기회와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위해 사용 가능하지만, 반드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의 대부분이 토큰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토큰을 판매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토큰으로 배포할 때 추가 락업 및 베스팅 기간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해 대규모 덤핑 우려가 없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AIP-1.2는 새로운 AIP를 게시하는 데 필요한 토큰 요구치(임계치)를 500만 개에서 100만 개로 낮춰 커뮤니티의 참여 가능성을 높이고, 다오가 아비트럼 재단의 이사 교체, 이사 수 변경 등 특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규’ 수정이 골자다. 또한, 논란이 된 ‘특별 보조금’ 대신 ‘아비트럼 생태계 성장 펀드’ 개념을 사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반면, 이보다 앞서 15일 오전까지 투표를 진행한 AIP-1.05는 반대 약 84%로 부결됐다. AIP-1.05는 다오 커뮤니티가 제안한 것으로, 다오에서 재단으로 할당된 토큰 7억 개를 부당하다고 보고 이를 반환하도록 하는 제안이었다. 제안자는 반환을 통해 다오를 재단이 아닌 홀더(커뮤니티)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다오가 문제를 제기해 도덕적 헤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견제한 것”이라면서도 “그 한계 역시 명확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오가 투표를 통해 안건의 가부를 ‘결정’하지만, 다오 내부에도 다량의 토큰을 보유한 재단 측 인사가 포진돼 있기 때문에 온전한 결정권을 가진 것으로 보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다오의 문제 제기는 마치 시민단체가 행정 기관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과 비슷한 경우”라면서 “명확한 결정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사전에 문제를 제기하고 감시하는 기능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대표는 이번 갈등이 다오와 재단 간의 입지와 권리 영역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서 생겼다고 보고,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 대표는 “사실상 토큰은 재단이 실질적으로 관리한다”면서 “이 부분에서 아비트럼 재단이 원하는 바를 강행하다가 다오(커뮤니티)와 합의한 것이지만,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아비트럼 뿐만 아니라 레이어2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라면서 “기술적으로 훨씬 중앙화된 레이어2 구조에선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