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서 “금감원에 조사 권한 명시” 지적나와
행안부 조직·인력 확대 반대…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관계부처와 협의”
16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지난달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가상자산 규율 제정안 11건 등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관련 법안 18개를 논의했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된 가운데 여야가 단계적 입법에 의견을 모으면서 가상자산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가상자산의 불공정거래를 들여다볼 권한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국회에선 조사역량이 갖춰진 금감원에 가상자산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기우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조사 권한을 두고 이날 정무위 소위에서는 신속한 가상자산 조사 체계를 갖추기 위해 법안에 금감원의 조사권한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대부분 금융위에 불공정거래 조사 권한을 부여하되 업무 범위를 금감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이 인력 배치 등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검사·감독 권한을 별도 조항으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정무위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해외로 불법으로 나간 돈이 12조 원인데 전부 금감원이 체크해서 검찰의 수사 의뢰한 것”이라며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를 위해 금감원의 인력을 더 증원한다든지 규정을 둬야 일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실질적으로 (가상자산 조사) 인력이 확정될지는 미지수지만 통상적으로는 감독원의 위임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금감원의 조사 권한을) 가상자산법안에 명시하지 않아도 금융기관의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을 통해 금감원이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축적된 경험과 인력 등 조사 역량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위는 2013년 9월부터 10년째 자본시장 조사 업무를 하고 있다. 담당 부서는 지난해 말 개편을 통해 자본시장조사총괄과, 자본시장조사과 2개과가 맡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1988년 증권감독원 시절부터 35년째 조사 업무를 맡아왔다. 담당부서는 기획조사국, 자본시장조사국, 특별조사국 등 3개국이다.
금융당국에 정통한 관계자는 “조사 경험이 어떻게 전수되고 축적됐느냐의 차이”라며 “매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정상적 거래 여부를 잡아내고 관련자들 추적해내는 역량은 금감원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정무위는 다음 소위 때까지 금감원의 의견을 받아 다시 논의키로 한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아직 입법 초기 단계인 만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조사 관련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상자산 조사 관련 조직 확대 여부는 풀어야 할 문제다. 조직과 인력을 추가하기 위해선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의 승인이 필요하나 행안부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소위를 통해 “입법 취지가 실질적으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규율체계를 이행할 충분한 조직·인력·예산의 수반이 필수적”이라며 “금융위도 최선을 다해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