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못 받아 법원행’ 역대 최대 수준…서울·경기 ‘2000건’ 넘겼다

입력 2023-04-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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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법원으로 향한 사례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집값 내림세가 이어진 데다, 올해 들어선 전세마저 급락하자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본지가 법원 등기정보광장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부동산 현황’(집합건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신청 건수는 1075건으로 집계됐다. 또 경기도 역시 지난달 1004건으로 서울과 함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 1000건을 넘겼다. 이 기록은 법원 등기정보광장이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2010년 1월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최근 일 년을 기준으로 보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지난해 11월 이후 매달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 10월 368건에서 12월 681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이후 올해 2월 791건을 기록한 뒤 지난달에는 1000건 이상의 신청이 몰렸다.

경기지역은 서울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331건에서 11월 465건, 12월 513건으로 서울보다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월(630건)과 2월(737건)에는 전월 대비 100건 이상 늘었고, 지난달에는 서울과 비슷한 신청 건수를 기록했다.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의 진원지인 인천 역시 지난 1월까지 399건에 그쳤지만, 2월과 지난달 각각 793건과 719건으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부쩍 늘어나는 등 급증 조짐을 보인다.

수도권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급증하면서 전국 기준 신청 건수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3월 전국 신청 건수는 799건(수도권 543건)에 그쳤지만, 지난달 기준으로는 전국 3413건(수도권 2798건)으로 늘었다. 일 년 기준 변동률은 약 327%에 달한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부동산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늘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증가는 전셋값 급락 영향이 크다.

▲인천 전세피해지원상담센터에서 한 시민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인천 전세피해지원상담센터에서 한 시민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실제로 수도권 전셋값 하락은 아파트와 빌라(연립·다세대주택)를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2월 기준 99.7로 전월 대비 0.51% 내렸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역시 89.2로 전월 대비 2.6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는 2021년 4월(99.7), 아파트는 2020년 3월(89.7) 이후 각각 최저 수준이다.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6월 평균 전셋값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조사 시점의 전셋값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손은경 KB금융 선임연구위원은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집값 하락으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올라 최근 2년간 빌라 거래가 활발했던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금 반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역시 지난 2년간 신규계약으로 높은 보증금을 받은 집주인의 자금이 부족하면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세입자는 계약 전 해당 물건의 시세와 전세가율, 보증상품 가입 가능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는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때 법적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법적 장치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 가면,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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