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예고하고 나섰다. 수입 농축산물을 통해 외식·밥상 물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농업계는 할당관세를 통한 수입 증가가 국내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최근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7개 농축산물의 관세율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월부터 닭고기와 대파, 무, 칩 제조용 감자, 종오리 종란은 일정 기간 동안 무관세가 적용된다.
대책에 따라 관세율이 20~30%인 닭고기는 6월 30일까지 최대 3만 톤 분량이 무관세로 들어 올 수 있다. 관세율 27%인 대파는 5000톤까지, 관세율 30%인 무는 기간 내 물량에 모두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종오리 종란은 10톤, 칩 제조용 감자는 11월 30일까지 1만3000톤에 대해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정부는 생산량 감소에 따라 최근 해당 품목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할당관세를 통한 수급 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 한파와 2월 일조량 감소 등으로 무 생산량은 전년 대비 22.3%, 평년 대비 22.1%가 감소했다. 품질도 떨어지면서 저장량도 감소해 노지 봄무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6월 상순까지는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생산량이 줄면서 저장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른 감자도 하루 60~100톤 규모의 정부 비축량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는 할당관세를 통한 무분별한 수입 증가가 국내 생산기반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후 다시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닭고기는 지난해 수입량이 19만5896톤으로 전년에 비해 54%가 늘었다. 대파도 3월에 20일간 할당관세를 적용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수입이 약 90% 늘었다.
농업계는 앞으로 본격적인 채소류 재배가 시작되고 늘어나는 수입 물량이 더해지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올해 초 반짝 가격이 높았던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으로 현장은 분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무 1개 가격은 7일 기준 1944원으로 전년 1658원, 평년 1613원다 비싸지만 1개월 전 1916원에서는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대파는 ㎏당 3013원으로 1개월 전 3690원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실제 수급과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할당관세 품목을 정해 앞으로 재배면적과 출하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소비도 많지 않고 저장량도 충분해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물가 정책이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