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못한 아우? ‘산리오빵’ 일주일새 100만개 팔려…‘포켓몬빵’엔 ‘역부족’?

입력 2023-04-13 16:00 수정 2023-04-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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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 출시 일주일새 150만개 판매…‘펭수빵’은 100만개 파는데 2주 걸려

(사진제공=SPC)
(사진제공=SPC)

포켓몬 캐릭터 제품에 대한 열기가 예전만 못해지면서 식품업계가 ‘제2의 포켓몬’을 찾고 있다. ‘펭수빵’과 ‘포켓몬빵’을 연이어 히트친 SPC는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 시나모롤로 대표되는 ‘산리오’ 캐릭터와 협업 제품을 출시하고, GS25와 CU(씨유) 등 편의점들은 짱구와 뽀로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내놨다. 이디야와 해태제과 등은 게임 캐릭터와 마케팅에 나섰다.

◇SPC ‘산리오빵’ 내고 ‘산리오 아이스크림’도 출시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PC삼립이 이달 초 내놓은 ‘산리오캐릭터즈 빵’은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 이 회사가 지난해 2월 내놓은 ‘포켓몬빵’이 출시 일주일만에 150만 개를 판매한 것에 비하면 3분의 2 수준이지만 이전 히트작 ‘펭수빵’이 100만 개를 파는데 2주가 걸렸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지난해 GS25가 내놓은 ‘메이플빵’은 100만 개를 파는데 18일이 걸렸고, 롯데웰푸드는 100만 개 판매 고지를 넘는데 1달 가량이 소요됐다.

‘산리오빵’은 SPC가 이달 산리오 캐릭터를 활용해 내놓은 신상품이다. 제품 안에 띠부씰 102종을 무작위로 동봉해 ‘포켓몬빵’의 아성에 도전할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SPC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를 통해 이달 초 ‘마이멜로디’와 ‘쿠로미’의 외모를 형상화한 아이스크림인 ‘복숭아로 피치 올려’를 4월 이달의 맛으로 선정하며 산리오 캐릭터 공세를 높이고 있다. 또한 산리오 AR(증강현실) 포토카드와 산리오 크로스백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제공=피자알볼로)
(사진제공=피자알볼로)

산리오는 일본 캐릭터 기업으로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 쿠로미, 폼폼푸린, 시나모롤, 포차코, 구데타마 등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세븐일레븐은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맞아 ‘산리오캐릭터즈 캐리어’를 내놨고, 작년말엔 롯데칠성음료가 산리오코리아와 협업해 ‘한정판 델몬트x산리오 굿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뽀로로와 짱구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도 많아졌다. CU는 지난달 뽀로로의 북극곰 캐릭터 ‘포비’를 응용한 ‘포비빅빵’을 출시했다. GS25는 ‘짱구 캐리어’를, CU는 짱구 우표씰을 넣은 HMR(가정간편식)을 내놨다.

게임 캐릭터 제품도 가세했다. 해태는 지난달 넥슨과 ‘맛동산 던전앤파이터 에디션’을, 피자알볼로는 액션 RPG ‘원신’과 협업해 스페셜 카드와 한정판 굿즈를 선보였다. 이디야는 스마일게이트RPG 와 손잡고 부산 부산달맞이점에 로스트아크의 캐릭터 ‘모코코’를 테마로 팝업을 열었다.

◇‘포켓몬빵’, 작년엔 좋았지만...올핸 ‘글쎄?’

캐릭터 협업 상품은 유통업계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캐릭터 컬래버 상품은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고, SNS(사회관계망)를 통한 공짜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캐릭터에 열광하는 10~20대가 주요 소비층인 편의점이나 베이커리업계서는 빠질 수 없는 전략이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캐릭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캐릭터 상품 이용 행태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86%가 ‘실물 캐릭터 상품 구매 경험이 있다’고 했다. 실물 캐릭터 상품 구매 시 고려사항에는 캐릭터디자인(51.3%)와 캐릭터에 대한 호감(45.0%)이 상품의 품질(25.9%)보다 우선시되며 품질보다는 캐릭터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포켓몬빵’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캐릭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작년 2월 SPC가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을 1년 만에 1억 개 가까운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포켓몬빵’ 인기에 삼성전자는 닌텐도와 협업해 ‘갤럭시 Z 플립 3 포켓몬 에디션’을 내놨고, 하림은 ‘포켓몬 치즈너겟’,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토이저러스 포켓몬 스낵’을 선인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포켓몬 열기는 잦아들고 있는 모습이다. 새로운 캐릭터 마케팅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네이버데이터랩에 따르면 ‘포켓몬’ 검색량 지수는 작년 11월 중순 100을 기록한 후 꺾여 지난달 말에는 46으로 떨어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마트에서 ‘포켓몬빵’을 구하기가 어려운 수준이 아니다”면서 “쉽게 싫증을 내는 젊은 층에 유행하다 보니 새로운 캐릭터와 마케팅이 나와야할 시기”라고 봤다.

◇“‘포켓몬’ 만한 캐릭터가 없네”

식품업체들은 포켓몬의 인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데 분주하다. 이와 관련 콘텐츠진흥원의 ‘2022 캐릭터 산업백서’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 10종 즁 1위는 카카오프렌즈(21.2%)였고, 뽀로로(8.6%), 짱구는 못말려(7.7%), 포켓몬스터(7.4%) 순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통업계와의 협업이 늘고 있는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인 헬로키티의 선호 비중은 포켓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2.2%에 불과했다. 게임 관련 캐릭터는 아예 순위에 없다.

연령별로 캐럭터 제품의 적극 소비층인 10대가 헬로키티를 최선호로 꼽은 비율은 3.1%로 포켓몬스터(10.4%)에 밀렸고, 20대에서도 1.2%로 포켓몬스터(5.0%)과의 격차가 컸다. 특히 현재 포켓몬에 가장 열광하는 3~9세 소비자 중에서 헬로키티를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로 꼽은 비율은 1.8%로 포켓몬스터 선호도 16.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식품업계에서는 대부분의 인기 캐릭터 협업 제품이 이미 출시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캐릭터 제품 발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SPC는 2014년 ‘카카오프렌즈빵’을 판매했고, 2020년에는 ‘펭수빵’도 선보인 바 있다. 경쟁사인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디지몬빵’을, GS25는 ‘메이플빵’, CU는 ‘쿠키런빵’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이 40년째 짱구 스낵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카츄와 파이리 등 다양한 캐릭터를 포함한 포켓몬처럼 산리오도 헬로티와 쿠로미 등 여러 캐릭터를 보유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지도에서 포켓몬에 밀린다는 평가”라며 “경쟁사들이 이미 다른 캐릭터들을 상품화한 적이 있어 새로운 캐릭터 상품을 내놓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업을 하려고 해도 저작권 문제로 제품 출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PC는 일단 ‘포켓몬빵’의 생산 라인을 유지한 채 ‘산리오빵’ 생산라인을 추가해 반응을 살핀다는 전략이다. 추후 ‘산리오빵’ 흥행 여부에 따라 생산라인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배스킨라빈스의 산리오캐릭터와의 협업도 우선 5월까지만 전개하기로 했다. SPC관계자는 “‘포켓몬빵’과 ‘산리오캐릭터즈 빵’은 생산라인을 별도로 운영 중으로, ‘포켓몬빵’ 생산량은 ‘산리오빵’ 출시와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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