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기 쉬운 취약계층에 당일 최대 100만 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이 예상보다 흥행하면서 기존 정부 재원이 7월에 소진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기부금 확충 등 소액생계비 대출 재원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은 하루에 6억~7억 원 정도가 대출금으로 나가고 있다. 현 추세대로면 7월경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연내 공급 규모는 1000억 원으로, 은행권 기부금 500억 원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부금 500억 원으로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소액생계비대출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기부금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은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으로 내년과 2025년 중에도 연간 500억 원씩을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다. 앞서 은행권이 저신용ㆍ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해 조성하겠다고 밝힌 5000억 원 중 일부를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저신용·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으로 지난달 27일 출시됐다. 기본 금리 연 15.9%에 한도 100만 원으로, 타 정책금융상품과 비교했을 때 금리는 높고, 한도는 적은 편이지만 출시 초반부터 수요가 높았다.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를 넘어서는 수백% 금리의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은 취약차주의 경우,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 시 피해 사실을 금감원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진행된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 6871건 중 불법 사금융 신고 및 안내가 이뤄진 건은 786건(11.4%)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신청 수요 등을 감안해 지속가능한 공급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추가 재원은 내부적으로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되는 일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 20%인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리인상기에 법정 최고금리가 낮으면 서민들의 대출 창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하면서 최대 3만8000명이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돼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금융위도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연동형 최고금리’를 검토했으나 금리 전반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 등에 따라 현재는 논의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