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팹리스 물적분할 주총 통과…“기업가치 제고 최선 다할 것”

입력 2023-03-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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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속에 물적분할 안건 통과
브랜드사업부, 5월 DB팹리스로 새출발
참석 소액주주 거센 반대…“날치기 분할”
DB하이텍 “상장 계획 없다” 의견 유지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경기도 부천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다솜 기자 citizen@)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29일 경기도 부천 본사에서 열린 '제7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다솜 기자 citizen@)

DB하이텍이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분할한다.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해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DB하이텍은 29일 경기도 부천캠퍼스 5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7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브랜드사업부를 분사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 4284만522주 가운데 2018만700주(53.0%)가 찬성해 가결요건(33.3%)을 충족했다.

분사한 사업부는 'DB팹리스'(가칭)라는 100% 자회사로 운영한다.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DB하이텍은 DB팹리스와의 동반 성장으로 현재 약 2조 원인 시총 규모를 6조 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DB팹리스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독자 경영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날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은 물적분할 안건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인사말을 통해 주주들에 격려와 성원을 요청했다. 그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주 여러분의 믿음과 지지가 필요한 시기"라며 "DB하이텍의 모든 임직원이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많은 격려와 성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총에 참석한 100여 명의 주주는 물적분할 안건을 두고 ‘날치기’라며 경영진에 비판을 쏟아냈다. 고성이 오가면서 주총장에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시 브랜드사업부는 100% 자회사가 되기에 모기업의 지원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상장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주주들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사돼 상장을 계획 중인 SK온 등을 언급하며 회사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DB팹리스를 100% 자회사로 5년 이상 유지하겠다는 회사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숙려기간 없이 물적분할을 22일 만에 '날치기'로 시도한 점도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DB하이텍은 지난해 9월에도 팹리스 사업 분할을 시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주주들은 신설 자회사의 상장으로 모기업인 DB하이텍의 기업가치가 저하될 것을 우려했다. 이후 이달 초 다시 이사회를 열고 물적분할 안건을 재의결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DB팹리스는) 자회사 관계를 유지할 것이고 상장 계획이 없기 때문에 주주들의 기업의 가치 변동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안전장치를 다 마련했고 자회사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DB하이텍은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정관 일부 변경 △회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등을 결의했다.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한승엽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정관 일부 변경(집중투표제 도입) 등은 부결됐다.

보통주 현금배당은 주당 1300원, 우선주 현금배당은 주당 1350원으로 통과됐다. 올해 제71기 이사보수 한도 승인액도 40억 원으로 의결됐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모든 주주분의 의견을 겸허히 새겨듣고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며 "파운드리와 팹리스 각각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세계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라는 주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명심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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