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결합 9부 능선 넘었다…EU 승인이 관건

입력 2023-03-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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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태 개선·고용 승계 등 산적
박두선 사장 등 임원들 물러날 듯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해외 경쟁 당국의 잇단 승인으로 순항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상반기 내 인수 작업 마무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수많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해오며 가장 세심하게 결합 내용을 들여다보는 EU 승인이 관건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쟁 당국이 지난 22일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한다고 통보했다. 전날 중국도 같은 결정을 내리며 전체 8개국 중 6개국 경쟁 당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내달 18일에 잠정 심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인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결정이 관건으로 남았다.

앞서 튀르키예는 지난달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 중 처음으로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다. 영국, 일본, 베트남이 승인 대열에 합류하며 2개국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해외 경쟁 당국이 속속 기업결합을 승인하고 있지만, 국내 심사는 지연되는 모양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 서류를 제출했지만 3개월째 판단이 미뤄지고 있다. 운신의 폭이 줄어든 배경에도 역시 EU 경쟁 당국의 승인 여부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로 군함용 무기·설비에서 함선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발생한다는 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EU가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만큼 우리 공정위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기업결합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국가는 EU다. EU는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했고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만큼,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19년에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으나 EU가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려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EU는 LNG운반선 시장 독점 우려를 문제 삼았다.

밖으로 주요국 승인이 숙제로 남은 한편, 안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쌓여있다. 임직원 처우 개선 및 고용 승계가 대표적이다.

현재 조선업계는 저임금·고위험 작업 구조에 인력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 대우조선 임직원 수는 2014년 1만3192명에서 지난해 8629명으로 급감했다. 한화는 당사자 참여보장, 고용보장, 단체협약 승계 등의 요구를 약속한 상태다.

박두선 사장도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본계약에는 한화가 유상증자에 최종 참여하기 위한 선행조건 가운데 하나로 ‘당사(대우조선해양) 등기이사 전원의 사임서 제출’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현 등기이사는 박 사장과 우제혁 부사장, 이영호 부사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4명(김보원, 김인현, 송민섭, 최경규)이다.

얽힌 과제를 풀어내면 한화는 단박에 육ㆍ해ㆍ공 방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방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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