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에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2만 톤가량 조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배터리가 전략물자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공급망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상공희의소는 최근 김유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에게 분석을 의뢰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산업의 원료 조달 효과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이 늘게 되는 2035년 이후에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의 자체 조달분이 급증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5년에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수산화리튬 2만 톤, 황산망간 2만1000톤, 황산코발트 2만2000톤, 황산니켈 9만8000톤가량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해당 원료의 작년 수입량 대비 각각 28%, 41배, 25배, 1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간 재활용될 폐배터리 양은 2030년 1만8000톤(4만 개), 2035년 9만 톤(18만4000개), 2045년엔 41만6000톤(66만9000개)으로 추정됐다. 환경부의 ‘2030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토대로 2030년까지의 국내 전기차 보급량을 설정하고, 2040년까지 같은 추세가 지속할 것을 전제해 폐배터리 발생량을 추정한 결과다.
대한상의는 “폐배터리 수출입물량과 스크랩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확보하느냐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의 원료조달 효과성은 달라질 수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산업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환경보호와 공급망 안정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045년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회수할 수 있는 수산화리튬 2만 톤은 약 63만 개의 NCM811(니켈 90%·코발트 10%·망간 10%) 배터리를 새로 만드는데 필요한 양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1개 용량을 100kWh(킬로와트시)로 가정했을 때 63만 개의 용량은 63GWh(기가와트시)로 현재 국내 이차전지 생산능력(32GWh)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NCM622(니켈 60%·코발트 20%·망간 20%) 모델로는 56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회수할 수 있는 황산코발트로는 NCM622 43만 개, NCM811 97만 개를 제조할 수 있다. NCM811이 NCM622에 비해 코발트 함량이 적어 더 많은 제조가 가능하다.
대한상의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광산 투자에 비유했다. 2025년부터 2045년까지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순금속 기준의 누적회수량을 연 단위로 환산했을 때 리튬은 2400톤, 코발트는 3000톤, 니켈은 1만4000톤 수준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06년 투자했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의 연간 코발트 생산량이 4000톤, LG에너지솔루션이 호주 QPM 지분투자로 확보할 예정인 코발트와 니켈이 각각 연 700톤, 7000톤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폐배터리 재활용은 도시광산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폐배터리의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와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재활용 설비용량은 지난해 3만7000톤에서 2027년 16만8000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27년 재활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차 폐배터리 양은 약 3000톤으로 설비용량의 2%에 불과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주요국들이 역내 재활용 생산을 정책화하고 있는 만큼 폐배터리 자체가 전략물자화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폐배터리를 제2의 원석, 도시광산으로 인식하고 공급선 확보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